주요 관련국들 ‘동상이몽’

2015년 7월 14일 타결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폐기 위기에 몰리면서 가장 난처해진 국가는 서명국으로 참여한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와 독일이다. 당시 협정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만 이뤄진 게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P5)·독일과 이란 간 다자 형식으로 체결됐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겉으로는 모두 JCPOA를 유지해야 한다지만 국가별로는 이해관계에 따라 동상이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란과 적대적인 동시에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중동국가들은 현재 상황을 내심 반기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대표 격인 E3 국가(영국·프랑스·독일)와 이란의 우방인 중국, 러시아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E3는 JCPOA를 타결할 당시 자국의 정무적 존재감을 부각하는 동시에 신흥투자 대상 확보를 목표로 했다. E3는 이란 시장의 개방 및 투자 촉진이 침체된 유럽 경제의 복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4년 동안 에너지, 자동차, 백색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출해왔다. JCPOA 유지를 바라는 E3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미국과 이란을 설득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미·이란 충돌의 해법으로 “E3 국가가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협상을 파기한 미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지난 5월 8일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 만에 이란도 핵프로그램 제한 의무를 일부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중·러는 이란을 옹호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 “미국이 이란 핵문제를 놓고 긴장을 고조하는 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성명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그릇된 조처, 즉 미국 정부의 결정(핵합의 탈퇴)이 낳을 결과를 반복적으로 언급했고 지금 그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은 협정 파기 위기를 즐기고 있다. 사우디는 국제사회에서 이란이 정상 국가로 인정받는 상황이 국익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JCPOA의 파기를 반기는 상황이다. 신정(神政)주의와 세속 공화정이 결합하고 이슬람 법학자가 통치하는 이란식 이슬람 공화주의 정치모델의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국면에서 ‘악의 축’으로 규정되고 핵 개발 의혹으로 경제제재를 받아왔던 이란이 시아파의 종주국이자 경제·문화적 잠재력을 동원한 역내 패권국가로 등장한다면 수니파 왕정국가인 사우디를 넘어서고 중동의 패권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우디는 이란이 소프트파워를 발휘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JCPOA 체결 당시 가장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우리의 생명을 노리는 적들과 싸우겠다”고 말해왔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