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의 9일 국회 답변을 볼 때, 장관 18명의 절반쯤을 바꾸는 개각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 주라는 전망과 함께 법무장관 하마평에 오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여당 의원들에게 ‘의혹 사전 해명’에 나서는 등 구체적 조짐도 감지된다.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개각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 총리는 총선 출마 장관들의 교체 등을 내세웠지만, 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항 사태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요 세션 불참 논란, 일본의 징용판결 보복 파문 등을 고려할 때 개각 요인이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대폭 개각은 필요하다.

개각 자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유능한 인재들로 충원해 국정 쇄신의 계기로 삼는 일이다. 대정부질문에 나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회전문 인사를 하지 말라. 세상이 깜짝 놀랄 대탕평 인사를 꼭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곡을 찌른 말이다. 이 총리는 “노력하겠다”고 밝힌 뒤 “뜻밖에도 사양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뜻밖의’ 말을 덧붙였다. 이 총리는 “청문회에 임하기 싫다는 분들”이라고 첨언했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소신껏 일할 수만 있다면, 청문회에서 다소 곤욕을 치르더라도 장관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현직 ‘코드 인사’들 중에 역량과 인격에서 보편적 기준에 크게 미달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장관 임면권자인 문 대통령과, 제청권을 가진 이 총리는 많은 사람이 장관직을 사양하는 ‘진짜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정권 핵심의 배타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청와대 참모들이 주요 국정과 인사를 독점하다시피 한다. 자칫 ‘허수아비’ 신세가 되고, 잘못되면 다음 정부에서 처벌받을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을 제대로 기용해 합당한 권한을 주고, 그에 앞서 잘못된 정책을 과감히 바로잡을 각오가 없다면, 이번 개각도 하나마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