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면허 도입’ 배경

65세이상 운전자 사고비율
작년 14%까지 크게 늘어나
현실화땐 생계형 운전자 등
일부 노인층 반발 부를 듯

경찰 등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이유는 최근 수년간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도 규제가 현실화되면 생계형 운전자 등 노인층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발족한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의 목표는 조건부 운전면허 등 제도 개선을 통해 노인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줄이면서도 고령자의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논의 방향에 대해 “제재가 아니라 이동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현행 면허 체계하에서 면허가 취소되는 고령자의 경우에도 일정 조건을 달아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대책으로는 노인 운전자의 고속도로 통행 제한이나 일몰 후 야간 시간대 운전 제한 등의 조건이 붙을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협의회는 면허 제도 개편 외에도 수시적성검사 제도 개선·교통안전시설 시인성 확보 등 다양한 개선책을 병행해 추진할 예정이다.

이 같은 대책이 논의되는 이유는 노인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지난 2009년 6254건에서 지난해 3만550건으로 약 4.9배로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 비율 역시 2009년 3.2%에서 지난해 14.0%로 급증했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들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시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교통카드 10만 원권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재정 상황이 달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협의회에서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의 전국 시행을 위한 재원 확보 및 지원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은 “신체적 결함을 이유로 운전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제한 조치를 취하면 차별 등 인권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노인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 설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