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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이병준 CF내레이션 ‘화제’
스타보다 낮은 출연료에 ‘인기’

“그 목소리가 이병헌이 아니라고?”

배우 이병헌의 목소리를 꼭 빼닮은 성우 이병준(42·사진) 씨의 CF가 화제다. 이 씨는 요즘 주목받는 맥주 브랜드 ‘테라’의 TV CF 내레이션을 했다. 광고를 무심코 들었던 시청자들이 모두 이병헌이라고 생각했던 그 목소리다.

묵직하고 따뜻한 중저음이 영락없는 이병헌이다. CF 모델은 공유인데 목소리 내레이션은 이병헌처럼 들려서 ‘블록버스터 광고’ 같은 느낌을 준다. 제품 자체의 인기도 높다.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출시한 지 100일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했다.

이 씨는 올해 7년 차 성우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만 줄잡아 1000여 편. ‘테라’ 이외에 LG전자의 휘센 에어컨 CF도 4년째 하고 있다. 광고 업계에서 별명이 ‘휘센 오빠’다. 이 씨는 서울 홍대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손님으로 들른 광고 음악감독의 눈에 띄어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영화 ‘닥터’(2013)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단역일 뿐이었다. 그의 장점은 목소리에 있었다. 우연히 출연한 라디오 CF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성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 씨는 “처음엔 중저음이 특징인 배우 한석규 씨 목소리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한 광고에서의 내레이션이 이병헌 씨 톤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예전엔 이병헌 씨가 하는 광고의 가이드 목소리를 한 적도 있다. 특유의 신뢰감 있는 목소리 때문에 저도 덩달아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엔 tvN 교양 프로그램 ‘커버스토리’의 내레이션도 하고 있다

광고계로선 이 씨의 목소리가 1석 2조다. 스타를 연상시키는 보이스로 주목도가 높지만 출연료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병헌의 경우엔 직접 출연하든, 목소리만 나오든 출연료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 그만큼 스타의 목소리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목소리를 이용한 마케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 ‘봄밤’의 정해인은 네이버 오디오북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낭독자다. 그가 낭독한 ‘오 헨리 단편선’은 조회 수 17만 건으로 전체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B1A4 출신의 가수 겸 배우 진영, 가수 청하 등은 목소리 재능 기부를 했다. 광고계 한 관계자는 “스타 모델의 경우 보통 성명권, 초상권, 목소리 등을 한꺼번에 계약하기 때문에 목소리만 나온다고 해서 모델료가 낮아지는 건 아니다. 그만큼 목소리에 담긴 특별한 힘을 높이 평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