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파키스탄 가셔브룸Ⅰ 등정을 위해 지난 5월 29일 출국한 김홍빈 대장이 이달 초 히말라야 산들을 지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제공

김홍빈 대장, 가셔브룸Ⅰ 정복… 장애인 최초 ‘14좌 완등’ 눈앞

광주세계수영 마스코트 달고
캠프3 출발 20시간만에 정상
2006년·작년 이어 ‘2전 3기’

내년 여름 브로드피크 도전
“소외계층에 희망 메시지줄것”

“이제 막 정상에 도착했네. 눈이 너무 많이 왔고 설벽이 가팔라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네.”

‘열 손가락 없는 불굴의 산악인’ 김홍빈(55) 대장이 7일 밤 파키스탄 가셔브룸Ⅰ(해발 8068m)의 꼭대기에 선 뒤 위성전화를 통해 후배 산악인 조벽래(49) 씨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초속 1∼2m의 바람이 불 것이란 기상 예보와 달리 정상 부위에 강풍이 분 탓에 잦은 통화 단절 끝에 전한 메시지였다. 김 대장은 7일 0시 30분(현지시간은 6일 오후 8시 30분) 정하영 KBS 촬영감독, 조철희 충북원정대장, 셰르파 2명과 함께 캠프3(7100m)를 출발해 20시간 만인 오후 8시 30분 정상을 밟았다. 2006년과 지난해 도전했으나 기상악화로 포기해야 했던 등정의 꿈을 ‘2전 3기’로 이룬 것이다.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마스코트 ‘수리’와 ‘달이’를 배낭에 달고 갔던 김 대장은 조 씨에게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얻은 이 희망을 광주로 보내고 싶다. 광주수영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이번 등정으로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3개 좌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 숙원인 ‘14좌 완등’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김 대장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편견을 딛고 14개 좌에 모두 올라 장애인과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해왔다. 1991년 미국 알래스카 매킨리(6194m)를 오르다 동상에 걸려 열 손가락을 모두 잃은 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낸 그가 ‘희망의 전도사’로도 불리는 이유다.

이번 원정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5월 29일 출국한 그는 예상하지 못한 폭설로 6월 17일에야 베이스캠프(5000m)에 도착했다. 식량·물자 보급이 어려워 캠프1(5900m)과 캠프2(6400m), 캠프3를 차례로 개척한 뒤에도 여러 차례 베이스캠프를 오가야 했다.

김 대장은 8일 오전 캠프3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뒤 4∼5시간 걸려 캠프2로 내려와 하룻밤을 자고 9일 베이스캠프로 하산할 계획이다.

김 대장은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1997∼2009년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데 이어 히말라야 8000m급 거봉들도 차례로 등정해왔다.(문화일보 2017년 6월 21일자 35면 참조) 14좌 중 유일하게 남은 파키스탄 브로드피크(8047m)의 등정 계획은 내년 여름으로 잡고 있다.

5월 15일 ‘2019 김홍빈 가셔브룸Ⅰ 원정대’ 발대식을 개최했던 이용섭(광주시장애인체육회장) 광주시장은 8일 오전 페이스북에 ‘오르지 못할 산이 없고, 이루지 못할 꿈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진정한 광주사람 김홍빈 대장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