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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늦어도 2050년까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살아 있을 것 같은가? 구어에 대한 지식은 모두 사라질 걸세” 조지 오웰이 저서 ‘1984’에서 남긴 말이다. 언어는 세월을 따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는 너무 흔해 기성세대는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 중 사라지고 있는 것들도 있다. 이른바 성차별 언어다. 대표적인 것이 직업 앞에 붙이는 ‘여’이다. 여의사, 여배우, 여직원, 여교수, 여대생…. 어떤 일이나 행동 등을 처음으로 한다는 의미에서 앞에 붙이는 ‘처녀’도 마찬가지다. 처녀작, 처녀 출전…. 처녀를 빼고 ‘첫 작품’ 등으로 바꿔 사용하자고 해서 그나마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같은 일을 해도 여성이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여자치고는 잘하네” “고위직급 여자들은 독해서 된 거야”라는 말과 남성의 경우 “남자가 왜 그렇게 말이 많아”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등은 여전히 직장에서 흔히 듣는 성차별 언어다.

서울시 산하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1∼7일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발표한 ‘성평등 언어 사전’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수유실’은 ‘아기쉼터’로 바꾸고, (운전이나 주차가 서툰) ‘김여사’를 ‘운전미숙자’로 개선하자는 제안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낙태’를 ‘임신중단’으로 바꾸자는 개선안은 낙태의 심각성을 희석해 생명 경시 풍조를 심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수학 용어인 ‘분자’ ‘분모’를 각각 ‘윗수’ ‘아랫수’로 바꾸자는 제안도 이미 교과서 등에서 용례가 일반화한 단어인데, 성차별로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억지스럽다. 반면 역성차별적인 표현도 오래전부터 남성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대표적 사례가 ‘여성가족부’다. 여성만이 가족을 구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영어 ‘mother tongue’는 우리말로 ‘모국어’다. 이 표현도 성차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언어를 시대나 문화의 변화에 맞춰 적절히 개선해 나가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명백한 성차별적 언어를 바꾸는 것은 좋으나, 남성과 여성을 대립적으로만 보고, 지나치게 편향된 페미니즘 시각에서 성차별로 해석해 대체 용어를 내놓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