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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즈카페’ 안전사고 따른 분쟁 급증

5년간 어린이 사고 7603건
키즈카페에서 1082건 발생
미끄럼틀 · 트램펄린順 많아
관리자·주의사항 없는곳도

소비자원 “사고 발생했을 땐
최대한 증거 확보하는게 중요”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민영(가명·38) 씨는 지난해 10월 어느 토요일에 5세 딸 아이와 함께 키즈카페를 찾았다. 당시 키즈카페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트램펄린(일명 ‘방방이’)에서 아이는 정신없이 몸을 하늘로 띄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옆에서 같이 점프를 하고 있던 남자아이와 무릎 부근을 부딪쳤다. 남자아이는 아픈 기색 없이 잘 놀았으나, 김 씨의 딸은 아프다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키즈카페를 나온 이후 금방 낫겠지 했던 딸은 다음 날에도 고통을 호소해 김 씨가 딸을 데리고 부랴부랴 병원에 가보니 뼈에 금이 갔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 씨는 우선 해당 키즈카페에 연락해 사고 내용을 전달하고 피해보상 여부를 문의했다.

그러나 키즈카페에서는 보험에는 가입해 있으나, 트램펄린 시설물은 보험 대상이 아니어서 보상이 어렵다는 답을 해 왔다. 트램펄린 시설물 앞에 ‘사고를 조심하라’는 경고문도 부착돼 있었고, 일차적으로는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고 위험성이 있을 경우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말도 돌아왔다.

김 씨가 이런 사실을 SNS에 올리자 부모들의 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시설물에 부딪힌 사고가 아니면 키즈카페 책임이 없다고 한다’ ‘보험처리가 된다. 키즈카페 주인에게 좀 세게 항의해라’ ‘보험은 들어 있어도 ‘방방이’는 보상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등 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김 씨는 “댓글들을 보고 그만큼 키즈카페에서의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키즈카페 안전사고 급증 = 미세먼지나 놀이 공간 부족 등으로 실내 키즈카페를 찾는 아이와 부모가 늘어나면서 키즈카페 사고에 대한 소비자 피해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다수의 트램펄린이 갖춰진 대형 키즈카페가 크게 늘면서 아이들이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놀이시설에서의 아이들 안전사고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여가·문화·놀이시설에서의 만 14세 이하 어린이 안전사고는 총 7603건에 달했다.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곳은 ‘공원’으로 29.9%(1234건)에 달했고, 두 번째로 사고가 자주 나는 곳이 바로 키즈카페(26.2%, 1082건)였다. 시설물별로는 미끄럼틀이 13.9%(1056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트램펄린(10.6%, 807건)이었다.

사고 발생 시기도 활동이 많아지는 5∼7월 사이에 몰려 있다. 전체 사고의 12.5%가 5월에, 11.5%는 6월, 7월에 11.4%가 발생했다. 주로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다치는 사고(39.6%, 3006건)가 많았고, 추락(28.5%, 2167건), 부딪힘(20.8%, 1581건), 눌림·끼임(3.3%, 253건) 등의 순으로 사고유형이 나뉘었다.

◇피해보상은 ‘엉망’= 키즈카페에서의 사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키즈카페 피해상담 접수 내용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안전(제품·시설)에 대한 분쟁 접수가 2016년 23건에서 지난해에는 30건으로 증가했다. 제품이나 시설에 대한 안전사고에 대한 분쟁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의미다.

법정 분쟁까지 이어진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전모(7) 양은 키즈카페에 설치된 트램펄린에서 뛰어놀다가 자신을 향해 굴러온 김모(4) 군과 충돌해 18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김 군이 가입한 메리츠화재 보험은 전 양에게 치료비 등을 지급한 뒤 키즈카페 사업주에게 490만 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운영자가 안전관리자를 배치해 이용연령층을 제한·구분하는 한편, 보호자에게 안전수칙을 안내하고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며 2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3월에는 대구지법도 트램펄린에서 놀다 부딪혀 성장판 손상과 골절상 등을 입은 아이 부모가 키즈카페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안전수칙 등을 부착해 놨지만, 업주가 놀이시설 안전관리자를 두지 않고, 연령층에 따른 구역도 따로 구획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아동 피해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치료와 함께 사건 당사자 등을 비롯해 최대한 증거를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소비자원에 피해를 접수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