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의 심각한 부작용에도, 문 정부는 장밋빛 환상을 더 키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2일 ‘건보(健保) 30주년 및 보장성 강화 2주년’ 기념식에서 “건보 보장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0%)으로 당장 높이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70%까지 가야 하고,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치료에 건보 적용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과 비전으로 건보 재정의 파탄을 재촉하는 식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문케어는 그러잖아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에, 7년 흑자를 이어온 건보를 3조8954억 원 적자로 돌아서게 했다. 고령화 가속화에 더 키워야 하는 적립금도 되레 줄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민의료비 지출이 2조2000억 원 절감됐다”고 내세웠으나, 월급에서 차지하는 건보료 비율인 건보 요율 인상, 적립금 일부를 허문 사실 등엔 눈을 감았다. 문케어 목표대로, 2016년 보장률 62.6%를 2022년까지 70%로 높이기 위해선 건보료 ‘폭탄’이 불가피하다. 올해도 건보 요율 인상률은 3.49%로 직장인 평균 임금 인상률 2%대를 훌쩍 넘었다. 올해 6.46%인 건보료를 매년 인상해 법정 한도 8%까지 올려도 2026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난다.

의료생태계도 붕괴되고 있다. 의료수가 일원화와 선택진료제 폐지 등까지 겹쳐서, 대형 종합병원은 쏠림 현상 심화로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한다. 중증 환자들의 진료 기회가 축소·박탈되는 한편, 중소 병원들은 도산 위기에 몰렸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날 “한정된 보험 재정으로 상급 병실료를 급여화하는 게 우선인지, 폐렴에 정해진 약만 쓰고 치료 횟수를 제한하는 현실을 바꾸는 게 우선인지 묻고 싶다”며 ‘의료 포퓰리즘인 문케어의 전면적 변경’을 촉구한 이유다. 건보 보장성을 확대하더라도 재정 건전성과 의료 생태계를 외면해선 지속 가능하지 않다. 문케어의 근본적 재설계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