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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귀청을 찢는 듯한 전기기타의 굉음, 격렬하게 폭발하는 드럼 소리, 한껏 내지르는 고음과 으르렁거리는 저음의 보컬. 국내외를 막론하고 헤비메탈(heavy metal) 밴드의 일반적 특징은 이런 것과 함께, 치렁치렁 늘어뜨린 장발과 징 박힌 가죽점퍼와 가죽 바지 등이다. ‘헤비메탈의 살아 있는 전설’로도 일컬어지는 블랙홀(Blackhole)도 대표적인 예다. 작사와 작곡을 전담하며 기타와 보컬을 맡은 주상균(57)이 이끄는 밴드로,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행사의 일환이던 명동가요제에서 자작곡 ‘노을’로 대상을 차지한 이듬해에 첫 앨범 ‘미러클(Miracle)’을 발표했다. ‘노을’은 ‘아름다운 저녁노을 빛이 거리 거리를 적시네’ 하고 시작하는, 서정적이면서도 록 음악 본래의 사회의식이 담긴 노래다. 그 데뷔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이면서 블랙홀의 오랜 대표곡이기도 한, ‘어둠에 흐려진 눈동자 속에 그리움 가득히 넘쳐 흐르네／ 어두운 하늘만 나의 눈가에 사라지네’ 하고 끝나는 ‘깊은 밤의 서정곡’도 마찬가지다.

‘깜빡이는 등을 켜고 어둠을 가로질러／ 욕망을 두고 추억도 두고 저 도시를 떠나왔네／ 별빛이 쏟아지고 달빛이 환한 밤에 엔진 소리 벗을 삼아 끝없이 날아가네’ 하는 ‘야간비행’도 그 연장선이다. 뒤틀린 현실에 대한 저항 의식과 절망뿐 아니라 희망과 용기도 외쳐온 블랙홀의 모든 앨범의 노래가 마찬가지다. 오토바이 마니아들이 필수로 듣는 곡이 된 ‘바람을 타고’는 ‘비교될 수 있도록 자유롭게 가는 거야／ 억눌렸던 마음이 날아가게 가는 거야／ 어떤 보호조차도 그 어떤 혜택조차도／ 날 위한 신호는 아니야’ 한다. 이 밖에 히트곡만 해도 ‘밀랍인형’ ‘겨울 풀잎’ ‘날 그리는 바다’ ‘잠들지 않는 그리움’ ‘내 곁에 네 아픔이’ ‘사랑은 모든 걸 넘어’ ‘내일은 오늘이 만든다’ ‘일어나 괜찮아’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주상균 외의 현재 멤버는 정병희(55·베이스기타) 이원재(50·기타) 이관욱(44·드럼) 등인 블랙홀이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을 올해 내내 펼친다. 오는 13일 서울 플랫폼 창동61 무대에서 갖는, 후배 밴드인 메써드(method)와 맞대결 공연도 그중 하나다. 헤비메탈의 진수(眞髓)를 즐길 수 있는 자리일 것이다. 록 음악 정신이 시대를 뛰어넘어 강렬한 생명력을 분출하는 이유도 새삼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