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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은 누구

정정용(50)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도자 인생 대부분을 어린 선수 육성에 몰두한 유소년 전문가다. 정 감독은 1998년 용인 태성중에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고 2006년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를 맡았다. 정 감독은 2014년 축구협회를 잠시 떠나 2014년 대구 FC 코치, 2015년 현풍고 감독을 지냈지만 2016년 축구협회로 복귀했고 17세 이하 선수들을 지도하며 올해 20세 이하 월드컵을 준비했다.

정 감독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유소년 전문가가 됐다. 정 감독은 현역 시절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무명이었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실업축구 이랜드 푸마에서 뛰었을 뿐 태극마크 근처엔 가지도 못했다. 프로에 데뷔하지 못했으니 프로 구단 지도자가 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정 감독은 그래서 공부에 매진했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스포츠생리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만난 정 감독은 “선수로는 부족했지만 지도자로서는 달라지고 싶었다”면서 “유명한 동기들과 지도자로 맞붙었을 때 내가 우위를 점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배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2003년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때 다른 사람들은 오버헤드프로젝터로 발표했지만 나는 파워포인트를 활용했다”면서 “(선수 시절 뒤처졌기에) 더 배우고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중학교에서 열과 성을 모두 쏟았다. 그런데 정작 잘못 가르치고 있다는 걸 깨닫곤 큰 충격을 받았다. 정 감독은 “화장실에서 우연히 ‘선생님이 하는 말을 절반밖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제자들의 말을 엿들었고, 충격을 받아 화장실에서 30분가량 앉아 있었다”고 기억했다. 정 감독은 “그 뒤로 소통하고 이해시키려고 애쓴다”면서 “지도자가 보기엔 설명을 잘한 것 같아도 받아들이는 제자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어린 선수라면 더욱더 기다려주는 자세가 요구된다”면서 “반만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그다음 단계에서의 학습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10년 이상 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했다. 그의 노하우는 한국축구의 미래를 가꾸는 데 필요충분조건인 셈.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뛰어난 전략 전술과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 준우승을 차지했기에 머잖아 프로축구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정 감독은 지난해 여름 축구협회와 2년간 재계약했다. 다시 18세 이하 대표팀을 맡아 2년 뒤 20세 이하 월드컵에 대비할 예정이다. 정 감독은 “아직 축구협회 소속이고, 우선순위도 축구협회”라면서 “어린 선수들을 올바르게 가르친다는 사명감을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다. 정 감독은 “프로구단을 맡아 팀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호기심은 있다”며 “유소년 지도자로서의 삶이 정체된다면,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 감독은 “(프로팀 지도자 등은) 언젠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제 역할에 더욱 집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