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2병 마신 65㎏ 남성, 6시간 지나도 면허정지기준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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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된 음주단속…‘혈중알코올농도’ 진실과 거짓

“술빵 먹어도 걸린다”·“숙취해소제가 수치 낮춘다” 사실 아냐

지난달 25일 제2윤창호법 시행
음주운전 단속 ‘최저 기준 강화’

이틀전 마신 술로도 단속 적발?
소주 7병 마셔도 36시간뒤‘0%’

측정기 오류땐 ‘국과수 피 분석’
에탄올 검사‘억울한 처벌’막아

일부선 “숙취단속은 가혹” 반발
음주사고 9.8%는 오전에 발생

이제 소주 한 잔만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도 면허정지를 각오해야 한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제2윤창호법’ 시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댓글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괴담 아닌 괴담도 횡행한다. ‘이틀 전에 술 마셨는데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술빵에 있는 알코올로도 면허가 정지된다’ ‘숙취해소제를 마시면 혈중알코올 수치가 적게 나온다’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술빵으로도 면허정지?” “노(NO)….”= 하지만 평범한 성인이 이틀 전 과음으로 음주운전에 적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남성(몸무게 65㎏)이 소주 7병을 마셔도 36시간이 지나면 혈중알코올이 측정될 가능성은 0%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산이 나오는 근거는 ‘위드마크 공식’(Widmark formula)이다. 경찰이 음주운전 적발 뒤 시간이 지났을 때,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기 위해 쓰는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양·신체 조건·음주 시간을 넣으면 특정한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는 계산식이다. 만약 마른 체구(55㎏ 내외)와 나이를 고려해 남성보다 낮은 여성의 계수를 적용해서 가급적 수치가 높게 나오도록 조건을 반영해도 이틀 전에 마신 술 때문에 음주 단속에 걸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술빵이나 자양강장제 등 술을 마시지 않고도 적발될 수 있다는 속설도 거짓이다. 음주측정은 알코올에 반응하는 감지기와 에탄올에 반응하는 측정기 검사로 이뤄진다. 감지기가 알코올에 반응했더라도, 측정기 검사에서 오류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측정기 검사에서 오류가 생긴 경우에는 운전자의 피를 뽑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한다. 억울한 처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숙취해소제는 믿어서는 안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숙취해소를 표방하고 있는 제품들을 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식품’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고로 숙취해소제가 아니라 ‘숙취해소 음료’가 정확한 표현이다. 이는 숙취 해소 효과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숙취해소’를 목적으로 허가받은 의약품도 없다. 간 기능 개선제나 강장제, 피로해소제는 있지만 숙취를 직접적으로 해소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의약품은 개발되지 않았다. 식품이든 의약품이든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을 인정받거나 숙취해소에 명백히 효과가 있다고 인증받은 제품은 없고, 당연히 혈중알코올 수치 와도 무관하다.

◇경찰, “숙취 운전 꼼짝 마” = 다만 음주 다음 날 숙취 운전은 적발 가능성이 몹시 크다. 아침이라도 혈액 속 알코올 성분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채 운전하면 위험할뿐더러 면허 정지·취소를 각오해야 한다.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소주 2병을 마시고 6시간이 지난 남성(65㎏)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45%로 면허 정지 기준(0.03%)을 훌쩍 넘는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여성(55㎏)은 0.091%로 면허 취소(0.08% 이상) 대상이다.

일각에선 위험하지도 않은 숙취 운전을 단속하는 건 가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 경찰관들도 “아침 단속 때 음주운전자들의 저항이 극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 음주운전 사고(1만9517건) 가운데 오전 6~10시에 발생한 것(1911건)은 9.8%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날 아침 스스로 술이 깼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술이 깨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손해보험회사 RSA와 영국 브루넬대학교 연구진의 실험 결과에서도 숙취 운전자가 맑은 정신의 운전자보다 평균 시속 16㎞ 빨리 달리고 차선 이탈이 4배, 교통신호 위반이 2배 많았다.

◇‘제2윤창호법’시행 후 음주운전 19%감소= 3일 경찰청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일평균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건수는 270건으로 집계됐다. 시행 후 일주일 동안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약 19% 줄어든 셈이다. ‘제2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음주운전 단속 최저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등 단속기준을 높이는 게 골자다. 이 법은 면허취소 기준을 기존 혈중알코올농도 0.1%에서 0.08%로 강화했고, 음주 운전 3회 적발 시 가중처벌해온 ‘삼진아웃제’를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로 바꿔, 가중처벌 기준을 ‘2회 적발 시’로 낮췄다.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본떠 ‘제2 윤창호법’이라고 불린다. 윤 씨는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세상을 떠났다.

김수민·최재규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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