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붕괴 위험으로 출입문이 폐쇄된 종로구 돈의문 박물관 마을 내 ‘돈의문 구락부’ 근처 창고 모습.

담장 금가고 외벽 타일 벗겨져
구락부 근처 창고는 철근 노출
시민 “자칫하면 다칠수도” 우려
‘안전 고려없이 사업 강행’ 지적
市, 재개장 석달 만에 보수공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수백억 원을 들여 조성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일부 시설에서 건축물 붕괴 위험과 건축자재 낙하 우려 등이 발견돼 시가 긴급 보수공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마을이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점차 늘고 있지만, 서울시가 도시재생 성과를 홍보하는 데 급급해 시설 안전 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너무 성급하게 사업을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돈의문 박물관 마을 내 일부 건축물의 붕괴 위험과 외벽 마감재 탈락으로 인한 안전사고 등이 우려됨에 따라, ‘돈의문 박물관 마을 긴급 보수공사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이달 중 약 한 달 일정으로 관련 공사에 들어간다. 2017년 예술가들의 기획전시 공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가 저조한 방문객으로 인해 ‘유령 마을’로 불렸던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서울의 근현대 골목길을 재현한 40여 채의 문화·예술 체험관과 전시관으로 탈바꿈해 지난 4월 초 재개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근대 사교장을 재현한 마을 내 22동 건물 ‘돈의문 구락부’ 근처에 설치된 소형 창고의 경우, 하부 구조보강 없이 상부에 바로 테라스를 설치하다 보니 창고 천장 대부분에 균열이 발생하고 철근이 노출돼 붕괴 위험이 큰 것으로 시는 파악했다. 실제 6월 28일 찾은 해당 창고는 입구에 ‘위험·안전제일’ 문구가 적힌 띠로 출입문이 폐쇄돼 있었다. 상부 테라스로 연결되는 창고 왼편 계단도 노후화로 인해 떨어져 나온 벽돌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창고와 연결된 마을 입구 쪽 외부 담장도 페인트칠이 심하게 벗겨져 있거나 담장 곳곳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객 박모(여·33) 씨는 “한눈에도 시설이 매우 낡아 보이는데, 자칫 붕괴되면 관람객이 크게 다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달 편의시설 입점이 예정된 35동 ‘전시기획공모 공간’에선 건물 외벽 타일이 많이 깨져 있거나 떨어져 나간 모습이 발견됐다. 지난 3월과 5월에는 노후화한 외벽 타일이 도로 쪽으로 떨어져 자칫 대형사고가 발생할 뻔했고, 현재 건물 모서리 부분의 타일도 벌어져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시는 파악했다. 건물 외벽 창틀 쪽 타일이 떨어져 나간 공간에는 임시 조치로 시멘트를 잔뜩 발라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는 24동 ‘시민 갤러리’의 출입문이 도로 쪽이 아니라 건물 안쪽 깊숙한 곳에 설치돼 있어 방문객이 잘 찾지 못하는 문제점도 발견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22동 창고와 담장의 경우 안전을 고려해 철거한 후 진입 계단을 설치해 입구와의 접근성을 높이고, 35동은 1990년대 제작된 같은 타일을 구하기가 어려워 낙하 위험이 있는 타일을 제거한 뒤 균열 부위를 보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