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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국제경기

1681년 스코틀랜드 찰스2세와
잉글랜드 귀족 2명 뜻밖의 내기
2대2 대결서 찰스2세팀이 압승

338년 전인 1681년.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시내에 있는 왕실 궁전 홀리루드의 잔디밭. 찰스 2세 국왕과 그의 동생이자 요크 가문의 군주인 제임스, 그리고 제임스의 측근 귀족들이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주제는 골프였다. 대화 도중 갑자기 귀족 2명이 잉글랜드의 골프와 비슷한 놀이인 ‘캄부카’를 언급하면서 “골프의 기원은 스코틀랜드가 아닌 잉글랜드”라고 주장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제임스는 국왕인 형을 의식하며, 눈치 없이 떠벌리는 귀족들을 책망했다. 형의 뒤에서 스코틀랜드 왕실 고문 역할을 하면서 훗날을 기약하고 있는 제임스지만, 곧 그의 뒤를 이을 군주였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이자 잉글랜드의 제임스 2세 겸 아일랜드의 국왕이 될 위치에 있던 터에 측근의 망발이 터지자 제임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잉글랜드 귀족들의 망발을 들은 찰스 국왕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골프대결을 펼쳐 이기는 팀의 국가가 골프의 기원임을 선포하자는 일종의 폭탄 발언이었다. 골프의 기원을 스코틀랜드로 삼을지, 잉글랜드로 삼을지 단 한 번의 골프대결로 결정하자는, 엉뚱한 내기를 제안한 것이다. 당시 왕의 말은 곧 법이었으므로 귀족들이 즉각 찬성했다.

이렇게 해서 어이없는 스코틀랜드, 잉글랜드의 대결이 시작됐다. 17세기 당시에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통합되기 이전이었기에 엄연한 국가대항전이었다. 문헌에 기록된 첫 번째 인터내셔널대회가 되는 셈이다. 경기는 에든버러 인근의 리스(Leith) 골프장에서 치르기로 했다. 당시 리스 골프장은 5홀이 전부인 왕실 전용이었다. 두 국가는 2인 1조의 베스트 볼(포섬 방식)로 치르는 것에 합의했다.

최초의 국제경기를 하게 된 스코틀랜드팀은 제임스와 왕실의 클럽제조업자였던 존 패터슨으로 구성됐고 잉글랜드팀은 두 귀족이었다. 몇 년 뒤 국왕이 되는 제임스는 골프에 일가견이 있었으며 패터슨은 200여 년 뒤 19세기에 등장한 프로선수들의 선조 격이었다. 물론 잉글랜드팀의 두 귀족 역시 실력을 갖춘 골퍼들이었다. 몇 홀을 치렀는지 등의 자세한 기록은 없다. 다만 첫 홀부터 홈인 스코틀랜드팀이 우세하게 경기를 이끌면서 승리했고, 찰스 국왕은 골프 원조 운운하던 잉글랜드 귀족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덧붙여 클럽장인 패터슨은 상금으로 집 한 채를 선물받았다고 문헌은 전한다.

리스 골프장은 이날 대결이 있기 100여 년 전 스코틀랜드 최초의 여왕인 퀸 메리가 시종들과 골프를 치던 곳이었고 200년 후에는 스코틀랜드 프로들의 결투장이 된 유서 깊은 곳이다. 애석하게도 이 골프장은 19세기 후반 개발업자들에게 팔린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현재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주변은 중국인들이 점령한 빈민가가 됐고, 골프장 부지였던 바닷가는 요트 정박장과 소규모 카지노로 바뀌었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이미지 크게보기 리스 골프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팀과의 경기에서 스코틀랜드 팀의 제임스(왼쪽) 군주가 존 패터슨의 벙커샷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