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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는 오래전부터 써 온 단어는 아니다. 이 단어는 동아일보 1922년 6월 15일 자 기사에서 처음 확인되는데, 그쯤부터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신문 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소매치기’에 괄호를 두어 일본어 ‘스리’와 같은 의미임을 밝힌 것이다. 이는 ‘소매치기’가 당시로써는 생소한 말이었으며, 또한 일본어 ‘스리’를 대체한 말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소매치기’는 ‘소매’와 ‘치기’가 결합된 형태다. ‘소매’는 어형은 좀 다르지만 15세기 문헌에도 나올 정도로 역사가 깊은 단어다. 그러나 그 어원을 밝히기가 어렵다. ‘치기’는 동사 ‘치다’(손이나 손에 든 물건이 세게 닿거나 부딪게 하다)의 명사형이다. ‘날치기, 들치기, 새치기, 아리랑치기, 퍽치기’ 등의 ‘치기’도 그러한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치기배’(행동이 날쌘 좀도둑)라는 단어에서는 ‘치기’가 명사로서의 자격을 보이기도 한다.

‘소매치기’의 의미를 고려하면 ‘소매’는 ‘치기’의 대상이 된다. ‘치기’의 대상이 ‘소매’가 된 것은 우리의 전통 옷에서는 물건을 소매에 넣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매치기’의 본래 의미는 ‘소매에 든 물건을 몰래 꺼내어 가는 짓’이 된다. 그런데 소지품을 넣는 곳이 다양해지면서 ‘소매치기’는 ‘남의 몸이나 가방을 슬쩍 뒤져 금품을 몰래 훔쳐 가는 짓’이라는 좀 더 보편적인 의미로 변한다. 더 나아가 ‘소매치기’는 ‘그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까지 변한다. 곧, 행위적 의미가 행위자 의미로 변한 것이다. 행위자 의미로 쓰인 ‘소매치기’가 이미 동아일보 1925년 4월 15일 자 기사에서 확인된다.

행위자 의미로는 ‘소매치기’ 외에 특별히 ‘소매치기꾼’이나 ‘소매치기범’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소매치기꾼’에는 직업적 의미가 들어 있어 뉘앙스 차이가 있다. ‘따개꾼’이라는 단어도 쓰이나 이는 비표준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