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 나고야(名古屋)로 여행을 다녀왔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든지 전통 시장 가보는 걸 즐기기에 이번에도 빠짐없이 오스(大須) 전통시장을 찾았다. 기대하던 대로 오감을 자극하는 길거리 음식들이 가득해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우선 ‘단고(團子)’ 집 앞에 섰다. 차례를 기다리는데 주인과 손님 사이에 재미있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이가 짠 것을 못 먹으니 소스를 바르지 말고 떡만 달라고 하는 한국인 엄마와 그것은 단고가 아니니 그렇게는 판매할 수 없다는 주인과의 대화가 꽤 길게 이어졌다.(단고는 찹쌀로 동그랗게 빚은 떡을 구워 달콤 짭짤하게 조린 시럽을 바른 일본의 전통 간식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집은 자그마치 10대째 내려오는 나고야에서 꽤 유명한 명소였다.

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보통은 5세대 이상으로 가업을 이어받으며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곳들이 많다. 28대째 이어져 내려온다는 교토(京都)의 한 장어구이 집은 줄을 설 엄두조차 나지 않아 눈앞에 두고서 포기해야만 했던 기억이 있다. 이같이 일본의 가업을 승계하는 풍토가 생겨난 역사적 배경에 대한 논의들이 있지만 여행자인 나의 눈에는 단고 하나에도 본인들의 노하우를 정성스레 담아내고 자존심을 지키며 그 명맥을 이어간다는 그 사실이 그저 멋있어 보인다. 그리고 결국 그 장인의 자부심은 오롯이 맛으로 충분히 전달되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몸값이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을 호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방 에르메스 ‘버킨백’. 몇 해 전, 파리를 방문했을 때 버킨백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모든 공정이 오로지 한 사람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이 가방은 만드는 데만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가죽을 재단하고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한 후 손잡이는 일일이 손으로 두드려 부드럽게 하고…. 그 시간과 공이 결코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에르메스 가방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5년이라는 세월이 더해진다.

지금도 소수밖에 없다는 엄격한 기준의 가방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꼬박 3년을 교육받아야 하고 2년의 숙련공 기간을 거쳐야 한다. 숙련공 기간에 만든 가방은 제아무리 멋진 가방이라 해도 절대 완성품이 아니므로 판매할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버킨백에는 고유 번호가 부여되는데 이는 가방을 만든 장인의 식별 번호로 가방의 추후 관리도 만든 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단순히 가방을 산다기보다는 그 안에 깃든 노력과 고도의 기술, 그 유한성을 사는 것이므로 그 정도 가치가 있어 보였다. 그러기에 돈이 있어도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도도한 백’ ‘명품의 대명사’가 되지 않았을까. 장인정신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하며 그 일에 정통하려고 하는 철저한 직업 정신을 말함’이라고 나와 있다. 1000만 원을 호가하는 가방이든 단돈 1000원짜리 단고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서비스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당사의 객실 서비스를 현장에서 리드하고 책임지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서비스맨의 기본인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시작으로 명품 서비스를 향해 노력과 정성을 다하는 우리 팀원들에게 그대들이 서비스의 장인이라며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대한항공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