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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로 ‘새의, 새를 위한’이란 뜻의 과일이 요즘 제철을 맞았다. 체리(cherry)다. 버찌라고 하는 예쁜 우리말 이름도 있다. 벚나무 열매인 ‘버찌’는 ‘벚(나무)+씨’에서 유래된 순우리말이다. 국내 마트 등에서 유통되는 체리는 대부분 미국 캘리포니아산이지만 국산 체리도 있다. 캘리포니아산은 5월 말∼7월 초에 나온다. 체리와 버찌는 같은 품종이다. 재래종 벚나무에 열리는 작고 까만 열매를 버찌, 개량종 양벚나무에 달리는 제법 큰 열매는 체리라고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버찌(체리의 절반 크기)는 대구·경주 등에서 5월 하순∼6월 초순에 수확된다.

‘여인의 붉은 입술’에 흔히 비유되는 앵두(앵도)는 중국이 원산지인 동양판 체리다. 체리와 속(屬)이 같고 종(種)이 다른 사촌이다. 벚나무는 키가 큰 교목인 데 반해 앵두나무는 키가 작은 관목이다. 당도는 앵두보다 버찌가 높다.

최근 서울 경복궁 경내의 앵두나무에 빨갛게 익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관광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EPIS)은 앵두를 최근 6월의 제철 농식품으로 선정했다.

체리의 종류는 1000종이 넘는다. 크게는 단 체리와 신 체리로 분류된다. 대개 생으로 먹는다. 신 체리는 파이 재료로 널리 사용된다. 신 체리를 파이 체리라고도 부르는 것은 그래서다. 셔벗·리큐어에도 신 체리를 넣는다. ‘모렐로’는 신 체리 품종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영양이나 건강 면에선 신 체리가 낫다. 활성산소를 없애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C·베타카로틴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있으면서 열량은 낮기 때문이다.

재배의 역사는 BC 3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 시대엔 약으로 썼다. 독소를 제거하고 신장(콩팥)을 정화하는 용도였다. 서양의 민간요법에서 체리는 통풍 치료제다. 체리를 즐겨 먹으면 통풍의 원인인 요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퇴행성·류머티즘성 관절염 환자에게도 권할 만하다. 껍질 성분(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에 소염 효과가 있다. 암 예방 식품으로도 주목된다. 생체의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멜라토닌이 풍부해 불면증 개선에도 이롭다.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과 변비 예방을 돕는 펙틴 등 수용성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 영양상의 강점이다. 비타민 C 함량은 기대보다는 낮다. 열량은 100g당 60㎉ 정도여서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간식용으로 즐겨도 부담이 없다.

수확 기간이 짧고 과일 중에서 보존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이다. 시중에서 산 체리는 물에 씻지 말고 봉지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로 미리 씻어 놓으면 맛·신선도가 떨어진다. 냉장고에 넣어 차게 보관하면 맛·단단함이 오래 유지된다. 더 달게 먹으려면 섭취 전에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놓는 것이 좋다. 표면에서 윤기가 나고 깨끗하며 흠집 없이 탱탱한 것이 양질이다. 앵두주는 피로를 풀어 주고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앵두나무는 양지바르고 습한 곳을 좋아해 우물가에 많이 심었다. 키 작은 앵두나무에서 열매(앵두)가 다닥다닥 열려 초여름 서민의 입맛을 도왔다. 요즘은 그 자리를 대부분 서양 체리가 채우고 있어 아쉽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