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바레인 ‘평화 워크숍’ 참석해
“500억달러 규모 지원금 받고
평화안도 수용해야” 거듭 촉구

팔 주민 수천명은 反美시위
“우리를 매수하려는 의도다”

재러드 쿠슈너(사진) 미국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팔레스타인 측에 수백억 달러 대의 지원을 받고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돈을 앞세워 흥정하지 말라”며 곳곳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25일 AF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 보좌관은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중동평화 워크숍’에 참석해 “팔레스타인의 경제 발전을 위해 500억 달러(약 57조8500억 원)를 지원하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안에 관해 설명하면서 “자금을 받으면 미국이 제시하는 평화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경제 성장과 번영은 분쟁에 대한 공평한 정치적 해답을 받아들여야 가능하다”며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의 존엄을 존중하는 게 그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팔레스타인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이번 자금지원 계획이 ‘세기의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평화안에는 △예루살렘의 지위 △팔레스타인과 적대적인 이웃 국가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포를 해소하는 안보 협약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요구 해결 모색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 종식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쿠슈너 보좌관이 유대계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친밀하고, 역대 정부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이스라엘과 가장 가깝다는 점에서 이 평화안은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분쟁 당사자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측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워크숍 연설이 이뤄져 평화안의 실행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바레인 회의에 항의하고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입 우라이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팔레스타인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평화와 정의, 인류의 기본 원칙에 대해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은 이날 라말라, 베들레헴, 나블루스, 헤브론 등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미국의 평화안이 팔레스타인을 매수하려는 의도”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바레인 회의에 반대한다’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팔지 말고 우리의 정체성을 지우지 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또 ‘팔레스타인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수백만 달러에 유혹되지 않는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형을 불태우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총파업이 진행됐고 상점, 학교, 은행 등이 문을 열지 않았다. 트위터에는 ‘#바레인 회의 반대’ ‘#치욕의 거래 반대’ 등의 해시태그가 유행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정치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미국 정부의 구상을 거부,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