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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나는 피노키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미국 언론들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에 빗댄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다.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얼마나 믿고 있을까. 최근 워싱턴포스트(WP) 팩트체크팀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그의 발언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결과, 지난 4월 27일까지 828일간 재임하면서 하루 평균 12번, 총 1만111번의 거짓말을 했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해 과거에 찍은 영상이 최근 것으로 둔갑하고, 다른 지역에서 촬영된 사진이 특정 지역의 것으로 조작되는 등 시공간을 넘은 가짜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다. 최근엔 영상을 실시간으로 변조하는 기술까지 등장해 팩트체커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얼굴 사진을 합성해 표정과 목소리까지 조작하는 이른바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유명 인사들의 기자회견 영상을 감쪽같이 조작하기도 한다. 국내외 유명 연예인의 얼굴을 포르노 영상에 합성한 불법콘텐츠들이 무작위로 유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을 보도한 WP 글렌 케슬러 기자를 비롯해 55개국 251명의 팩트체커가 가짜뉴스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18∼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모였다. IFCN(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 주최로 여섯 번째를 맞은 ‘글로벌 팩트체크 6’ 콘퍼런스에서 이들은 머리를 맞댔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팩트체크 자동화 시스템이 주목을 받았다.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가짜뉴스에 맞서 컴퓨터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활용해 조작된 정보를 찾아내는 로봇이다. ‘뛰는 팩트체커 위에 나는 가짜 정보 유출자’ 간의 전쟁이 치열하다.

바이러스 같은 가짜뉴스 진화로 백신 격인 팩트체커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팩트체크는 위기를 맞고 있는 언론사들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보와 대응 방법을 공유하는 팩트체커 간 협업이 이뤄지면 더욱 효율적이 될 것이다. 사실 전달과 감시자 역할을 넘어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이 하나 더 생겼다.

[ 케이프타운(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

# 이 취재는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