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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는, 시작과 엔딩 장면에 나오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가진 퀸의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였을 것이다. 이 공연의 성지에서 지난 1일과 2일에 한국의 방탄소년단(BTS)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두 번에 걸쳐 각각 6만 명 앞에서 공연했다. 또한, 우리나라 포털 사업자 네이버가 ‘브이라이브’라는 앱을 통해 유료로 라이브 중계를 했는데 14만 명이 동시 접속을 통해 이 공연을 봤다고 한다.

특히, 이번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중계는 미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남미 등 전 세계에서 동시 접속했는데도 서버 다운 등 기술적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아 글로벌 공연 플랫폼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또한, 한류 콘텐츠와 플랫폼이 변화와 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로 공고히 한 것을 확인한 기회이기도 했다.

이러한 콘텐츠와 플랫폼 산업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관련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일관되게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정의 달’임을 들어 뜬금없이 움짤(움직이는 짤방)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반 이미지만 포함된 블로그 10개와 움짤이 포함돼 있는 블로그 10개를 선정해 데이터 소모량을 측정해 보니, 움짤이 포함된 블로그 게시글에 접속할 때의 평균 데이터 소모량은 47.7MB로, 그렇지 않은 게시글 접속 시의 소모량 2.6MB의 약 18.4배로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1075원이라는 데이터 요금 계산까지 해 놨다. 이를 토대로 한 ‘움짤로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자극적인 기사도 다수 나왔다.

꽤나 구체적인 수치가 언급돼 있어 보도자료를 조금 더 살펴봤더니 당황스러운 점이 제법 많다. 무엇보다, 움짤이 블로그만의 전유물도 아닐진대 블로그만을 대상으로 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대상 블로그를 임의로 10개를 골라 측정한 것이 공정한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이라는 데도 동의하기 어렵다. 또한, 이 조사 수행 기관의 객관성도 오해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조사한 기관은 바로 통신 3사가 주요 회원사이고, 회장사 및 임원사도 모두 통신사로 구성돼 있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이기 때문이다.

동영상은 상대적으로 긴 재생 시간과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용자들 입장에서 시간과 데이터 요금의 소비가 부담스럽다. 그에 비해, 여러 이미지나 사진을 프레임처럼 묶어 놓거나 영상의 특정 부분만 짧게 잘라 반복하게 해 놓은 움짤은 짧은 시간에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데이터 소모량도 적어 이용자가 계속 늘어 왔다. 이런 결과 발표로 인해 우려되는 점은 바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소모량에 따른 통신비용 부담은 콘텐츠 제작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 이용자, 콘텐츠가 담긴 플랫폼은 물론 콘텐츠를 전달하는 통신사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데이터 요금에 대한 주의만 주는 게 아니다. 데이터 요금에 위축되지 않고 콘텐츠를 창작하고 소비하며 전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 조성돼야 BTS를 넘어서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할 수 있음을 과연 정부만 모르는 것인가? 움짤을 제한할 경우 결국 해외 플랫폼을 통해서만 콘텐츠가 유통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을 텐데 이러한 점을 방통위가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