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만 국가적 참사인 것은 아니다. 국익의 자살이라고 할 정도로 치명적 피해를 입히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국가적 참사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계약 입찰에서 한국의 단독·일괄 수주가 무산된 것은 전형적 사례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 고유 기술로 원자로 4기를 짓는 만큼 정비도 통째로 한국 몫이라는 게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그런데 한국 업체는 ‘정비용역을 제공하는 복수의 협력사’ 중 하나이고, 15년 장기계약 전망과 달리 5년짜리에 그쳤다. 하도급 용역 업체로 전락하면서 3조 원을 기대했던 수주액도 수천억 원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2조 원 가량의 일감과 수많은 일자리를 날려버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2년 만에 에너지 공기업 등의 핵심 인력 이탈이 현실이 됐고, 대학에선 원자력 전공자를 찾기 어려워졌다. 원전 부품업체들은 도산하거나 전업하는 중이다. 원전 생태계 자체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한국형 원전을 60년 이상 운영해야 하는 UAE로선 인력·부품 공급이 끊기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플랜B를 가동했다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UAE에서의 이런 헛발질뿐 아니라 원전 수출 전선도 흔들린 지 오래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사우디아라비아·영국·체코 등 원전 수주 경쟁에서 우위에 섰던 한국은 문 정부 출범 후 급속히 밀리는 양상이다.

탈원전 역풍으로 초우량 기업에서 부실기업으로 떨어진 한국전력을 두고 소액주주 등은 배임죄(背任罪) 고발을 벼르고 있다. 한국 원자력 60년 적공(積功)이 붕괴 중이다. 국민의 ‘대리인’인 문 정부가 국익을 해치는 배임을 자행하고 있다. 법률적 책임은 물론 역사적 책임까지 각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