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물리적 충돌 부상자 속출 서울시 집행관들이 25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농성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5시 20분쯤 직원 500여 명과 용역 직원 400여 명 등 900여 명을 동원해 우리공화당의 광장 무단점거를 내세워 47일 만에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서울시 “시민공간 무단점유 엄단”
3회 계고장 보낸 뒤 행정대집행
우리공화당 “민주주의 파괴행위”

세월호 천막 4년 8개월 점유엔
변상금만 징수… 형평성 논란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돼 있던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 천막이 25일 서울시 측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우리공화당이 지난 2017년 탄핵 반대 집회 당시 사망자 5명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지난달 10일 기습적으로 천막을 설치한 뒤 47일 만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5시 20분쯤부터 시청 및 일부 구청 직원 약 500명과 용역업체 직원 400명 등을 투입해 우리공화당의 천막·차양막 3개 동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현장에는 경찰 24개 중대 2400여 명이 상황 관리에 투입됐고, 소방 인원 100명도 안전을 위해 대기했다. 우리공화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인지연 우리공화당 대변인은 “천막 2개를 철거하면 4개를 설치하고, 4개를 철거하면 8개를 설치할 것”이라며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4년 8개월 동안 광장을 점유했던 세월호 천막과 달리 우리공화당 천막에 대해 전격적으로 강제집행에 들어가자 ‘이중잣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우리공화당이 사전 허가 없이 광화문광장을 무단 점유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2014년 4·16 가족협의회가 허가를 받지 않고 설치한 세월호 추모 천막 3동에 대해선 강제 철거에 나서지 않고 변상금만 징수했었다.

이날 철거가 시작되자 당원과 지지자들이 스크럼을 짜고 천막 앞을 막아섰고 용역업체 직원들을 향해 물병과 시위용품을 던지거나 바닥에 눕기도 했지만 철거를 막지는 못했다.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우리공화당 측의 부상자들도 속출했다. 극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행정대집행이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천막 철거는 오전 6시 40분쯤 마무리됐다. 용역업체 측은 우리공화당 측의 야외용 발전기와 가스통, 광장 곳곳에 걸린 현수막 등도 제거했다. 하지만 일부 지지자가 귀가하지 않고 계속 농성하면서 인근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인 오전 8시 무렵에도 광화문광장에선 대치 상태가 유지됐다.

앞서 서울시는 천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을 한다는 계고장을 3차례에 걸쳐 우리공화당 측에 보냈다. 마지막 계고장의 철거 시한은 지난 13일 오후 8시였다. 하지만 우리공화당 측은 철거 요구에 불응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29일 이전 강제 철거가 강행될 수 있다’며 지난 24일부터 농성을 강화해 왔다. 이날도 약 400명(우리공화당 추산)의 당원이 모여 철거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행정대집행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광화문광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광장 무단 사용·점유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일까지 우리공화당 천막으로 인한 통행 방해·폭행·욕설 등 시민 민원이 205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울시는 약 2억 원의 철거 비용도 우리공화당에 청구할 방침이다. 비용 대부분은 용역업체 직원 400명 등에 대한 인건비이며 각종 장비 동원에도 일부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