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윤종원 경제수석비서관 후임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임명하는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지난해 11월 장하성 전 실장에서 김 실장으로 교체된 지 7개월 만에 경제 참모를 교체한 것이다. 지난달 9일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은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지만, 급격히 악화하는 대내외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실감한 데 따른 인사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신임 정책실장도 소득주도성장과 경제민주화를 캠프 시절부터 입안하고 실행해 온 만큼 기조 전환보다 되레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최근 잇달아 공개된 문 정부 2년의 경제성적표는 실망스럽다 못해 참담하다.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라며 천문학적 세금을 퍼부었지만, 경기 회복은커녕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전기 대비 -0.4%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돈 벌어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지난 2년 동안 급증했다.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과 기업을 옥죄는 규제 등 반(反)기업 정책을 피해 해외에서 살길을 찾으려는 기업의 탈(脫)한국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현실은 반대다. 실업률도 외환위기 이후 최장 4%대를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문 정부가 잘못된 정책의 반성과 철회부터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이번 인사를 보면 위기 모면용 성격이 짙다. 야당이 요구하는 경제청문회 개최가 성사될 경우에 대비하려는 의도도 짚인다. 이번 인사가 과감한 기조 전환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