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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69주기를 앞두고 관련된 세 권의 책이 이번 주 나왔습니다. 모두 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로 영문학자인 정연선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가 쓴 ‘잊혀진 전쟁의 기억’(문예출판사·왼쪽 사진)은 ‘미국소설로 읽는 한국전쟁’입니다. 참전 경험이 있는 작가나 기성작가들이 한국전쟁을 소재로 쓴 70여 권의 미국소설을 분석했는데, 이런 시도는 이전에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없었습니다. 미국은 한국전쟁 3년 동안 연인원 178만여 명의 병력을 파견했고, 3만3600여 명의 전사자와 10만 명 이상의 부상자, 7000명 이상의 실종자를 내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잊혀진 전쟁의 기억’이란 제목처럼, 미국에서는 베트남 전쟁과 달리 한국전쟁에 대해선 ‘잊혀진…’이란 수식어가 붙습니다. 1951년 10월 5일자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 실린 ‘한국 : 잊혀진 전쟁(Korea : The Forgotten War)’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처음 언급됐습니다. 긴 소강상태와 지루한 소모전으로 전쟁이 전개되기도 했지만, 미군 병사들은 물론 미국인들 사이에 2차 대전이 끝난 지 불과 5년 만에 ‘들어보지도 못한’ 극동의 조그만 나라에 왜 참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국전 관련 미국 소설은 대개 이런 심리적 배경을 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 정 명예교수는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전쟁”이란 의미에서 역설적으로 제목을 붙였다고 말합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이자 역사저술가인 T R 페렌바크가 쓴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 플래닛미디어·가운데)은 1963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책이지만, 지금도 ‘아마존닷컴’에서 개정판이 팔리고 있습니다. 미 육군사관학교와 육군지휘참모대학의 필독서로 지정돼 있답니다. ‘이런…’이란 표현도 관심이 갑니다. 저자 페렌바크는 6·25전쟁을 미국의 전쟁에 대한 미비와 오판, 특히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만든 기묘한 전쟁이라고 평가합니다. 핵무기를 사용한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까 두려워 소련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공산 진영의 봉쇄정책을 내세워 제한전을 펼치는 등 싸울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이런…’이란 표현에는 그런 아쉬움과 반성이 담겨 있습니다.

‘헬로 코리아’(루퍼트 넬슨 사진, 한윤정·정건화 글, 눈빛·오른쪽)는 1953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국전에 측량병으로 참전했던 미군 병사 루퍼트 넬슨이 찍은, 당시 전쟁으로 황폐해진 우리 국토를 담은 100여 장의 사진집입니다. 루퍼트는 전쟁으로 굶주리는 한국 어린이들의 참상을 보고 농업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해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농업선교사로 태국 산악지역에서 30년간 일했다고 하니 존경심이 우러납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