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민망한 ‘튼튼한 국방’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북한 목선의 ‘대기 귀순’ 과정에서 군이 탐지 및 경계를 실패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튼튼한 국방’이라고 적힌 발언대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北 목선 ‘대기 귀순’ 후폭풍

어이없는 경계실패·은폐 의혹
軍안팎 상당수 문책 불가피
文정부 국방개혁청사진 차질

보수측, 9·19군사합의 연계해
‘대한민국 안보무장 해제’ 비판
與도 “국방장관 책임 적잖아”

북한 목선이 강원 삼척항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대기 귀순’한 사건과 관련, 20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하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약속함에 따라 관련 지휘라인의 줄징계가 예상된다. 특히 야권은 총체적 군 기강 해이와 경계 태세 실패 책임을 물어 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군 지휘부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군의 인적 쇄신 등을 염두에 두고 정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를 재편해 온 문재인 정부의 국방 개혁 청사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리는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군의 큰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합동조사팀은 사건의 경위와 군의 경계태세, 목선 발견 시점과 그 이후의 대응 등을 남김없이 조사하기 바란다”며 “조사 결과는 국민께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한 사람들에게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도 이날 오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자리에서 “처리 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북한 어선이 떠내려온 정도로 여겨졌던 사건이 ‘대기 귀순’으로 파문이 확대한 것은 3박 4일간 북한 어선이 동해 상을 활보했는데도 이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군의 경계 태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계 태세 실패에 대한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안보 태세는 물론, 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철저한 조사를 거쳐 잘못한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당장 야권에서는 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추진하는 등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추가적인 은폐 의혹이나 경계 실패와 관련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정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가 더 이상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여권에서도 나온다.

정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의 책임론은 보수 진영에서 요구하는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와 맞물리며 복잡한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야당 등에서는 정 장관의 경질과 함께 9·19 남북군사합의로 기본적인 경계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대한민국 안보가 무장해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