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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둥지 잃은 새의 울음소리／ Silence! One day you will come/ 허공의 음표 되어 알리네／ Silence! One day we will find/ 우리는 서로에게 왜 숲이 아닌가／ 무심하게 지나쳐온 너의 노래／ 우리에게 왜 숲이 아닌가.’ 흔히 ‘괴물 싱어송라이터’로 일컬어지는 최고은(36)이 작사·작곡·노래한 ‘봄’ 시작 부분이다. 사유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은 노래 가사 다수를 영어로 써온 그가 한글로 작사한 또 다른 노래 ‘My Side’ 한 대목은 이렇다. ‘기울어진 두 세계가 수직에서 수평으로／ 헝클어진 마음과 말, 변해가는 순간의 말／ 어제보다 가벼워진 너를 위한 순간의 말／ 선명하던 기억은 낯선 풍경이 되고／ 좀 더 두터운 추억이 필요해진다／ 너와 나 사이에 말이 흐르는 순간／ 모든 대답은 또 다른 질문이 된다.’

시인 김경주는 “그녀의 음악을 듣는 것은 분명히 지도에 표기할 수 없는 곳으로 여행하는 경험”이라고 표현한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을 배운 그는 서강대 프랑스문화학과에 입학해선 하드코어 밴드 ‘광장’의 보컬로 활동했다. 멀리 떠나는 외국인 영어 선생 에릭에게 선물로 준 노래 ‘Eric’s Song’ 가사를 영어로 써서 작곡한 일을 계기로, 노래를 더 작사·작곡해 친구들에게 선물하며 포크 음악으로 방향을 바꿨다. 2010년 내놓은 첫 미니앨범 ‘36.5℃’부터 일상의 삶을 잔잔하면서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어, 큰 공감을 얻었고 대중음악계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2014년에 발표한 정규 제1집 앨범 ‘I was, I am, I will’은 한글 가사의 비중이 크게 늘었고, 수록된 13곡 중엔 민요 가락을 변주하며 ‘오늘은 어제의 살균된 세상／ 표정 잃은 이야기들／ 위기는 분위기로’ 등의 가사를 붙인 ‘뱃노래’도 들어 있다.

세계 최고·최대의 대중음악 축제로 ‘매년 열리는 영국판 우드스톡’으로도 불리는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한국 가수 최초로 2014년 공식 초청을 받았던 그가 2015년에 이어 올해 또 초청받았다. 오는 26∼30일 축제 기간에 2017년 앨범 ‘Nomad Syndrome’ 수록곡 중심의 현지 공연을 하기에 앞서, 23일 서울 마포구의 벨로주 홍대 무대에서 ‘세 번째 출정식’ 콘서트를 갖는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슴속에 떠도는 번민을 가라앉혀 준다’는 평가도 따르는 그의 노래가 세계의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