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들초교에서 열린 팝업 놀이터 ‘아! 모래파티’에서 아이들이 모래 놀이를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경남 창원 ‘팝업 놀이터’

22일 한들공원서 ‘극한여름’
한들초교 4∼6학년 22명 활동
체험학습보다 큰 재미 느껴

오늘은 휴대전화 보지말기 등
놀이규칙도 스스로 만들어

아이들 잠재력 계발 큰 성과
타인에 즐거움 주는 것도 생각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줄 수 있는 행사를 만들 수 있어 정말 뿌듯했어요. 이번에는 ‘극한(極寒)여름’이란 주제로 물놀이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한들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전선영(여·11) 양은 오는 22일 창원한들공원에서 열리는 6번째 팝업 놀이터 ‘극한여름’(포스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놀탐(놀이탐구단) 대원’들과 5차례 회의를 열며 이번 행사를 직접 기획해 왔다. 놀탐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가 한들초교,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과 손잡고 만든 ‘어린이 놀이 실행단’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그동안 아동이 참여하는 팝업 놀이터를 기획해 왔는데, 이곳에서는 어린이들이 주체가 돼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이 놀이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다. 현재 한들초교 4∼6학년 학생 22명이 놀탐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5회 팝업 놀이터 기획 당시 홍보팀장을 맡았다는 전 양은 지난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난 목소리로 ‘극한여름’ 행사를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요, ‘더움이 그리울 정도로 시원하게 놀아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얼음이 가득 담긴 풀에서 물놀이를 하는 거죠. 오싹하죠? 대형 얼음도 갖다 놓을 예정이에요. 또 물풍선 안에 쪽지를 넣어서 물속에서 보물찾기도 할 거예요. 지난 한 달 동안 놀탐 언니·오빠들 하고 5번 정도 회의를 했어요. ‘회의 하자!’ 하면 다들 한달음에 달려왔어요. 방과 후나 주말에도 만났어요. 우리가 직접 만든 행사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 즐거워요.”

놀탐 아이들은 각자 역할을 맡으면서 한 뼘 성장했다. 참여도가 높을수록 즐거움과 책임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아직 어려서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어른들의 편견도 깨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

학부모 이순자(여·39) 씨는 “아이에게 가장 즐거웠던 게 뭐냐고 물으니 ‘내 의견을 낼 수 있어 좋다’고 답하더라”며 “자신이 하는 일을 책임지고 다 하는 모습을 보니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단순 체험학습은 지루해해 고민이 많았는데 사소한 것이라도 직접 참여하고 끝까지 해보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며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어떤 즐거움을 원하는지 고민하면서 나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타인의 즐거움까지 생각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고 전했다.

놀탐 활동은 올해부터 시작됐지만 이 지역 팝업 놀이터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이들 3개 기관이 협약을 맺고 ‘노는 아이들 사업’을 시작하면서다. 팝업 놀이터 행사는 ‘극한 여름’을 포함해 6차례 진행됐다. 그 사이 규모도 커졌다. 지역사회 아동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행사로 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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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때만 해도 아동 참여자가 200여 명 정도였다. 하지만 5번째 행사인 ‘아! 모래파티’는 400여 명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김해, 양산 등 자동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의 지역에서도 가족 단위로 찾아오면서 운동장에는 7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당시 한들초교 운동장에는 덤프트럭 2대 분량으로 2개의 ‘모래 산’이 만들어졌다. 놀탐 대원들은 ‘화산’을 콘셉트로 잡고 한 모래 무덤 꼭대기에 빨간색 물감이 담긴 대야를 숨겨놓기도 했다.

자신들만의 방식대로 ‘놀이 규칙’도 만들었는데 ‘그날 어른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 눈길을 끌었다. ‘오늘은 먼저 집에 가자고 하지 말기’ ‘오늘은 옷이 더러워져도 뭐라고 하지 말기’ ‘오늘은 휴대전화 보지 말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의 정소영 대리는 “아이들의 파트너로서 일하는 게 생각보다 즐겁고 아이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시간이 걸릴 뿐 조금만 기다려 준다면 어른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들은 잠재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온 마을이 연대해 아동의 놀 권리를 지켜주는 마을’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정 대리는 “팝업 놀이터 행사에 많은 분이 온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역사회가 중심이 된 놀이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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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