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 상당수의 일반고 강제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이 자사고(自私高) 재지정 여부를 20일 발표할 상산고는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0점인 커트라인에 못 미쳤다고 한다. 전국 42개 자사고 중에 올해 재지정 대상인 24개에 대해 시·도 교육청별로 7월까지 결정을 예고한 상황에서 첫 탈락 대상이 구체화한 셈이다.

자사고는 2002년 김대중 정부가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넓히며 고교 평준화의 획일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 없이, 일반고의 3배 이내로 책정할 수 있는 등록금과 재단전입금으로 운영하며 교육 경쟁력을 키워왔다. 더 육성해야 한다. 그런데도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며 죄악시하는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의 평등지상주의를 좇아 문재인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것부터 반(反)교육이었다. 교육부와 교육감들은 5년 단위인 재지정 평가의 항목과 비중을 ‘코드’에 꿰맞추기까지 했다. 60점이던 재지정 기준을 대부분 70점으로 올리고,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80점으로 올린 배경도 달리 없다.

상산고만 해도 지역 주민들은 ‘전북의 자랑으로 내세울 명문고’라며 폐지 반대 서명 운동에 나서 왔다. 해당 교육감이 결정해도 교육부 장관 동의 없이는 폐지할 수 없다. 설립 취지를 거스르는 부실 운영 아닌 ‘코드 평가’에 따른 자사고 폐지는 교육감들도, 교육부도 발상부터 접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