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학회, 국회 정책토론회

“정치적 이해관계따라 휘둘려
재정사업평가委 독립성 필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제도 개편안을 평가한 결과 기존보다 예타 통과율이 대폭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를 재정 전문가들이 제기했다. 개편안에는 비수도권 건설사업의 경우 경제성이 없어도 정책적으로 ‘약간 적절’하다고만 평가해도 예타를 통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한국재정학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예타 면제 결정으로 되짚어본 예타의 쟁점들, 그리고 개편안에 대한 평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타 평가 주체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기획재정부 주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로 옮길 때 평가 행태가 바뀐다면 예타 통과율은 대폭 올라갈 수 있다”며 “그동안 예타는 제 기능을 적절히 수행했고, 예타 통과율은 비수도권 지역이 낮았지만, 불이익을 받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예타 개편안에서는 비수도권 건설사업을 중심으로 정성평가에서 일부 ‘약간 적절’ 점수만 받아낸다면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0인 사업이라도 예타를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방만·졸속 지역 사업을 막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상 경제 효과가 없는 사업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 주도로 무더기로 통과될 수 있는 절차가 제도적으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우선 재정사업평가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예타 종합평가(Analytic Hierarchy Process·AHP)의 점수 부여 척도를 현행 점수제에서 구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AHP 점수뿐만 아니라 예타 항목 점수를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종합토론에서는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정책연구실 실장, 이태성 전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나섰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