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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유전(遺傳·heredity)에 대한 관점이 변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멘델(Mendel)은 DNA라는 물질의 세대 간 전달, 즉 형질의 대물림으로 유전을 이해했다. 완두콩 실험이라는 과학의 발전을 통해 신(神)이 인간에게 부여한 개개인의 특질이라고 이해했던 종교적 관점을 비로소 탈피했던 것이다.

과학의 발전은 유전에 대한 관점을 또 한 번 변화시킨다. 바이오 기술 덕분이다. 이제 유전은 더 이상 형질의 대물림에만 그치지 않고 형질을 극복할 수 있는 관점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라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은 바이오 기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자가 세포를 이용해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3D 바이오 프린팅을 이용해 인공 장기를 생산하고 있다. 질병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는 예측해 치료하고, 필요한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문제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실로 눈부신 성과다. 바야흐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 치료의 시대를 목전에 두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바이오 기술의 발전은 인구 고령화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늘어나는 삶의 시간을 행복으로 채우기 위해서다. 이미 2017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에게 바이오는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이 우리 모두를 행복의 길로 안내해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제도나 의식의 발전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때 그 한계는 명확히 드러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임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발생한 인보사케이주와 관련한 논란이 바로 그 예다.

그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제조) 시장을 석권하며 생산능력과 기술력에 있어 세계적인 위상을 가졌다고 자부해왔기에 상처는 더 깊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에 관한 허가당국의 책임자로서 느끼는 아픔은 훨씬 크다.

과학이 이뤄 놓은 성과에 가려져 우리 모두가 잠시 놓쳤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다. 사람을 가치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면 안전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그 당연한 가치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6월 마지막 주에 개최되는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2019’를 통해서다. ‘바이오 혁신,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해외 석학들과 외국의 규제담당자, 업계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우리의 현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사람의 가치와 안전의 중요성에 관한 비전을 공유할 것이다.

이번 콘퍼런스를 계기로 처음 우리가 꿈꾸던 바이오의 미래를 다시 그리고, 모두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도 바이오의 미래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드린다. 다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과학의 발전이 우리를 진정한 행복의 길로 안내하는 이정표를 만들어 나가자. 사람을 중심에 두고 바이오를 꿈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