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으로 오는 20∼21일 방북한다고 한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북·중 관계의 근간이 흔들린 이후 처음 이뤄지는 중국 정상의 방문이다. 2005년 후진타오 주석 방문 뒤 핵실험을 강행하자 중국 지도부는 북한 방문을 중단했다. 시 주석은 2014년 북한 대신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북핵 개발을 간접 경고한 바 있다.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의 방한 요청을 뒤로한 채 북한을 택했다. 중국은 많은 외교 변수를 고려했겠지만, 북핵에 관한 한 ‘폐기’에서 ‘동결’로 선회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

시 주석의 방북은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8일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다. 미·중 무역 분쟁 와중에 화웨이 갈등이 깊어지고 홍콩의 반중(反中)시위까지 격화되자 국면 전환을 위해 북한 문제를 꺼내든 것으로 읽힌다. 중국 관심은 북핵의 일괄 폐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쑹타오 대외연락부 부장은 “북·중 정상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동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새로운 전략 노선을 채택한 것을 지지한다”는 말도 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하노이 노딜 이후 핵과 경제를 병행 추구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북한 문제를 이용하면 핵 폐기는 요원해진다. 그럴수록 문 정부는 한·미 동맹을 탄탄히 하고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야 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청와대의 화웨이 감싸기로 한·미 균열은 표면화하고 있고 한·일 관계도 대법원 징용판결, 초계기 갈등 등으로 인해 최악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날짜가 여전히 미정이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도 G20 무대에서 약식으로 진행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그 반증이다.

중국은 6·25 때의 ‘항미원조(抗美援朝)’까지 들먹이며 북을 감싸는데, 문 정부가 북·중에 절절매며 정상회담을 구걸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문 정부는 북핵 완전 폐기를 위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일 관계도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 그런데 한·미·일 3각 동맹 균열은 더 악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