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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집필한‘자주국방의 길’

“이 책은, 곧 제 책무였습니다.”

조영길(79) 전 국방부 장관은 무려 12년 동안 ‘자주국방의 길’을 집필했다. 자기중심의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갑종 172기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을 지내기까지 자신을 끌어줬던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향후 군을 이끌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기에 오랜 기간 글을 쓸 수 있었다.

조 전 장관은 국내외 할 것 없이 발로 뛰어 자료를 모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밤새 구글을 검색했다. 그는 “방대한 자료를 논리적으로 집대성하려 하니, 마치 건물을 설계하듯 힘이 들었다”며 “내 능력에 벅찬 일이란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만 의무감 때문에 끝을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희끗희끗한 백발이 비쳤지만 40여 년을 군인으로 지낸 만큼 눈빛은 암하지전(巖下之電)이었다. 조 전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군 생활을 매우 오래 한 군인 중 한 명이다.

1962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2004년 7월 국방부 장관으로 군 생활을 마치기까지, 베트남전 참전,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 육군 제2군사령부 사령관, 제29대 합참의장 등을 지냈다. 화랑무공훈장, 보국훈장 천수장과 통일장 등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았고, 한·미 군사협력 및 연합방위체제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정부의 공로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우리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군 개혁 시대의 역사가 소멸하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며 “그 시절의 기록을 정확히 정리해서 후배들에게 남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자주국방 건설 현장을 지켜왔던 이들이 하나둘 고인이 돼 가는 것도 마음에 짐이 됐다”고 덧붙였다. 책이 거의 완성돼 가던 지난달 30일 별세한 오원철 전 대통령제2경제수석 비서관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 크다. “빨리 완성해서 가지고 오라고 말씀하셨었는데, 책을 다 완성하고 나니 부고가 날아왔어요. 영안실 갔더니 참 쓸쓸하더니만… 그 양반 사진 앞에 책을 두고 왔죠.”

조 전 장관은 독자가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사실과 진실을 전하는 데 힘썼다. 그는 후배들이 ‘자주국방’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기억하고 완성할 수 있길 절실히 바라는 마음에, “후대여! 오늘은 그대들의 역사”라는 문장으로 책을 마무리했다. 조 전 장관은 “역사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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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 출생 △육군대학교 졸업, 동국대 행정대학원 수료 △장교후보생(갑종 172기) △맹호부대 중대장으로 베트남전 참전 △육군 보병 제31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 △육군 제2군단장 △육군 제2군사령관 △합참의장 겸 통합방위본부장 △제38대 국방부 장관


김현아 기자 kimh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