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재부 ‘2020예산 요구현황’

총지출 규모 498조7000억
실질요구액, 올보다 7.3%↑
보건·복지·고용 12.9% 늘려

정부 각 부처(중앙관서)의 내년 예산(총지출) 요구액이 50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 증가율은 지난해의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배포한 ‘2020년 예산 요구 현황’ 자료를 통해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 예산·기금 총지출 규모가 498조7000억 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예산(469조6000억 원) 대비 6.2% 증가한 수준이다. 7년 만에 증가율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6.8%)보다는 0.6%포인트 줄었다. 다만, 기재부는 ‘재정분권 계획’에 따른 교부세 감소분(1조7000억 원)과 지방이양사업(3조6000억 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요구액은 올해 예산 대비 7.3% 늘어난 규모라고 덧붙였다.

분야별로 보면 복지, 연구·개발(R&D), 국방 등 9개 분야는 예산 요구액이 올해보다 늘었으나 사회간접자본(SOC), 농림, 산업 등 3개 분야는 줄었다.

우리나라 예산 중 지금도 규모가 가장 큰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기초생활보장·기초연금 확대 등으로 올해보다 12.9% 늘어난 181조7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증가율(6.3%)의 2배 수준이다. R&D 분야 요구액은 22조4000억 원(올해 예산 대비 9.1% 증가)으로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이어 증가율이 두 번째로 높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수소경제·데이터·인공지능(AI)·5세대(G) 이동통신 등 4대 플랫폼과 8대 선도산업, 3대 핵심산업 육성 등이 증액 배경이다. 국방은 8.0% 늘어난 50조4000억 원, 환경은 5.4% 증가한 7조8000억 원을 요구했다. 반면, 사업의 상당 부분이 지방으로 이양된 SOC와 농림·수산·식품 분야 요구액은 각각 8.6%, 4.0% 감소했다. 기재부는 각 부처 요구안을 토대로 내년 예산안을 확정해 오는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세종 관가에서는 부처의 예산 요구액은 500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지만, 실제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할 예산안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2018∼2022년)상 내년 예산이 이미 504조6000억 원인 데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여권의 ‘초(超) 슈퍼 예산 편성’ 압박 등을 고려하면 올해 총지출(국회확정분)보다 9∼10%까지 늘어날 수 있다(511조∼515조 원)는 관측도 나온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