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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송파구청장

송파구는 서초·강남구와 함께 주민 소득 수준이 높고 주거 환경이 잘 갖춰진 서울의 ‘강남 3구’로 분류된다. 하지만 낡은 주택들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풍납동의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보상 완료돼 철거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빈집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곳곳이 북적이는 서울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게 쇠락한 광경이 펼쳐진다.

이유가 있었다. 1925년 발생한 대홍수를 수습하는 와중에 풍납동에서 백제 초기 중요 유물이 발견됐다. 2000년 동안 역사 속에 묻혀있던 문화재가 드러나자 ‘한국판 폼페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후 1997년 아파트 건축을 위해 터를 파는 과정에서 백제 시대 주거지와 유물 3만여 점이 발견되자, 정부가 나서 개발을 제한하기까지 했다. 풍납동 일대가 백제 도성인 위례성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일반인들에게 백제의 수도로 각인된 공주·부여보다 더 길고 찬란했던 역사의 현장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풍납토성은 2㎞ 정도만 남아있다. 유실된 서벽까지 감안하면 전체 둘레가 약 3.7㎞, 밑변이 50~60m, 높이가 최대 15m에 달하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현존하는 국내 토성 중 단연 최대다.

지난 2월 대법원은 풍납동에서 레미콘 공장을 운영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전을 거부한 ㈜삼표산업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서울 풍납토성 복원·정비사업의 인정 고시 취소 소송에서 삼표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풍납토성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려는 문화재청과 서울시, 송파구의 노력에 판결이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풍납동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문화재와 주민이 공존하는 역사도시’다. 먼저, 송파구는 백제 유적 발굴조사를 도와 풍납토성의 명확한 규모와 형태를 확인하고 훼손된 부분을 복원할 예정이다. 그리고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주민과 문화재가 공존하는 새로운 역사문화 마을로 만들고자 한다. 구의 의견에 공감한 서울시는 지난 4월 풍납동을 ‘2019년 서울형 도시재생사업 후보지’로 선정했다. 송파구는 백제문화체험마을과 문화 탐방로 등 관광 기반 시설을 만들고 백제 문화축제 등을 통해 역사관광 중심지로 만들어 보이려 한다. 풍납 전통시장 활성화, 풍납토성 문화거리 조성 등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도 꾀할 것이다.

재생사업으로 인한 지역 발전이 주민 삶의 질 개선과 도시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공공도서관·문화센터 건립 등 세부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낡고 쇠락한 곳이 아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한국판 폼페이 풍납동에서 하는 송파의 노력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