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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관합동 조사위 발표

23건 사고, 시험 통해 입증
배터리 보호장치 결함 확인

2013년 30 → 2018년 947곳
양적 성장에 관리 허술해져
“정책 방향성 재검토를” 지적

지난 1년 9개월간 빈발한 에너지저장장치(ESS)화재는 폭발적인 시장 성장세만 쫓은 채 운영과 관리 체계를 허술하게 다룬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펼치면서 ESS 보급량 확대를 밀어붙인 정부 정책도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고 화재 재발 방지 및 ESS 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조사위는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화재 사고 총 23건을 유형화한 후 추정 사고 원인에 대해 시험과 실증을 병행·입증하는 방식으로 파악했다. 화재 사고 23건 중 14건은 배터리 완전 충전 후 대기 상태에 있다가 발생했다. 6건은 충전·방전 과정에서 일어났고 설치·시공 중 발생한 화재는 3건 이다. 조사결과 ESS 화재 원인은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운용관리 부실△설치 부주의△통합관리체계 부족 등 4가지로 분류됐다.

직접적인 원인은 두 가지다. 우선 배터리 자체 결함이다. 조사위는 전류와 전압이 한꺼번에 흐르는 전기 충격이 크게 가해졌을 때 배터리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치 못해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배터리 보호 장치의 성능이 저하되거나 전기 충격을 차단치 못해 ESS에 불이 난 것은 결국 배터리 제조업체의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 원인은 부실 운영·관리다. ESS는 신재생 에너지를 잠시 저장하는 장치인 만큼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설비와 함께 바닷가나 산골짜기 등 외진 곳에 설치돼 있다. 상주 관리인이 없는 탓에 온도와 습도 등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거나 먼지 등에 노출돼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ESS를 이루는 배터리, 전력변환장치(PCS), 소프트웨어 등 개별설비들이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운용되지 않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조사위는 화재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운영과 관리 문제를 꼽았다. ESS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한 반면 운영·관리 체계는 부실해 안전 문제가 대거 발생했다는 것이다.

ESS 화재 사고 책임 소재에서는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ESS 시장은 각종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2017년부터 급성장했다. 2013년 30곳에 불과하던 사업장 수는 지난해 947곳으로 급증했다. 배터리 용량은 30 메가와트시(MWh)에서 3632 MWh로 폭증했다. 이 과정에서 화재가 끊이지 않자 정부의 ESS 정책 방향성이 운영과 관리 측면에서 정교하게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ESS 업계는 화재 원인이 규명되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ESS 생태계를 질적인 측면에서 복원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 문제는 근원적인 경쟁력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양적 성장에 치우쳤던 한국 ESS 산업의 신뢰도를 되돌아본 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박정민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