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연기 위해 만든 ‘식스팩’…벗느냐 마느냐 ‘수위조절’

이미지 크게보기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에서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진정성 있게 표현해낸 배우 김래원은 “20대와 30대 초반까지는 내 것만 보고 달렸는데 이젠 전체를 보는 눈이 생겼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19일 개봉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 주연 김래원

“강윤성 감독, 모든 사람 배려
막내 스태프 의견까지 존중
자유로운 연기환경 만들어줘”

“영화 앞두고 4개월 식단조절
거친모습 보여주고 싶었지만
상의탈의 장면은 아쉽게 포기
웹툰 원작의 재미 살리려 노력”

“이 영화에서 하나의 ‘도구’로 잘 쓰이며 행복했습니다. 제가 살아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배우 김래원은 신작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에서 감독과 소통하며 자유롭게 연기한 것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목포 지역 폭력조직 두목 장세출(김래원)이 철거 용역으로 나간 현장에서 강단 있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과 만나 첫눈에 반한 후 개과천선하고, 우연한 기회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만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장세출과 강소현의 멜로를 바탕에 깔고, 코미디와 드라마,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적절하게 배합한 이 영화는 데뷔작 ‘범죄도시’로 호평을 이끌어내며 흥행 성공도 거둔 강윤성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강 감독은 자극적인 장치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펼쳐냈다.

김래원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

“결과물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감독님을 믿었어요. 강 감독님의 감성과 배우에게 바라는 연기 스타일 등이 저와 잘 맞고, 인품을 갖춘 리더라고 생각해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강 감독님께 많이 배웠어요. 큰 틀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풀어놓아요. 예를 들어 일반적인 현장에서는 연출자가 배우에게 ‘바람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부니 너는 오른쪽 날개를 펴고 저쪽 방향으로 날아가야 해’라고 구체적으로 말해주는데 강 감독님은 그냥 ‘넌 날 수 있어’라고만 말하며 스스로 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죠. 정말 즐거운 현장이었어요.”

이 영화는 김래원의 ‘인생작’이라 할 만하다. 눈빛과 표정으로 다양한 감정을 과하지 않게 표현해내며 이야기의 진정성을 관객에게 가감 없이 전달한다. 그의 이번 연기는 기존 대표작으로 꼽히는 ‘해바라기’를 뛰어넘는다.

“주변 사람들이 기존 연기와 다르게 보인다고 말해줘요 또 회사 식구들은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고 칭찬해주고요. 그래서 제가 ‘왜 강 감독, 강 감독 했는지 이제 알겠지’라고 말해줬어요(웃음). 저의 매끄러운 변화를 감독님이 조절해줬어요. 감독님이 슬쩍 다가와 ‘난 그 부분 읽다가 울었어. 눈물이 나더라’고 말해주시면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연기하게 됐어요. 툭 던져 놓고 제가 스스로 방향을 찾게 하는 거죠. 그렇게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적인 영웅담으로 설득력 있게 펼쳐졌죠.”

인터뷰 내내 강 감독 이야기만 하는 그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을 건네자 “제가 겸손해서가 아니라 제 한계를 넘어서게 해준 분이에요”라고 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지금까지 제 능력의 10 중 8 정도만 해왔는데 감독님이 9와 10을 끄집어내 주셨어요. ‘범죄도시’를 보며 ‘모든 배우가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장에서 그 답을 찾았어요. 감독님은 막내 스태프 의견도 존중해주고, 보조출연자 분들의 연기까지 꼼꼼히 살피세요. 그렇게 모두 한 방향으로 따라오게 만들어주세요.”

그는 이 영화를 앞두고 4개월 동안 식단을 조절하며 운동해 ‘식스팩’까지 만들었지만 영화에서는 그의 멋진 몸을 볼 수 없다.

“제가 조폭 역할만 네 번째 맡았는데 그동안은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웹툰 주인공과 제가 제법 닮아 있어서 잘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어요. 처음에는 진짜 건달처럼 해보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수위조절을 해주셨어요. 거칠고 강하게 보이기보다는 분위기만 풍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죠. 그래서 상의 탈의 장면을 끝내 포기했어요. 감독님과 일주일 동안 ‘벗냐, 마냐’를 논의하다가 벗기로 결정했는데 제가 집에 가는 길에 다시 전화해서 ‘안 벗는 게 좋겠다’고 하며 이유를 설명했더니 감독님은 바로 ‘그래 벗지 말자’고 해주셨어요.”

지난 1997년 MBC 드라마 ‘나’로 데뷔해 올해 22년 차에 접어든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시야가 넓어졌고, 성장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20대와 30대 초반까지는 제 것만 보고 달렸는데 이젠 전체를 보는 눈이 생겼어요. 제가 할 걸 좀 줄이고, 양보해야 영화의 균형이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또 송강호 선배님 등 다른 선배님들처럼 현장에서 후배들을 챙기는 것도 배웠고요. 이번에는 촬영이 없을 때도 목포에 남아 최재환, 차엽 등 후배들과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친형제처럼 지냈어요. 그러다가 촬영이 시작되면 아무 준비 없이도 자연스럽게 합이 맞더라고요(웃음).”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