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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제 나폴레옹3세 / 가시마 시게루 지음, 정선태 옮김 / 글항아리

나폴레옹 3세(1852∼1870 재위)와 구한말 병인양요(1866, 고종 3년)는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병인양요는 흥선대원군의 천주교도 학살·탄압에 대항해 프랑스함대가 강화도를 침범한 사건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병인양요를 조금 더 거시적으로 유럽사와 연결해 생각하면 그 중심에 나폴레옹 3세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혁명과 쿠데타에 의해 제2공화정을 무너뜨리고 군주정을 부활한 나폴레옹 3세는 대내적으로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부의 창출, 대외적으로는 제국주의에 입각해 프랑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식민지 팽창을 꾀했다. 병인양요도 나폴레옹 3세의 그 같은 대외정책의 일환이었다. 나폴레옹 3세는 아편전쟁 참전과 베트남 침공, 멕시코 파병, 이탈리아 통일전쟁 참전에 아프리카에서는 영국과 식민지 경쟁을 벌였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에도 군대를 보내 병인양요를 일으킨다.

제2제정 하의 파리는 급속도로 근대국가로서 모습을 갖춰간다. 돈과 증권거래소는 문학의 상투적인 테마가 될 정도였고, 대기업의 설립은 가속화됐다. 봉마르세, 사마르틴, 프랭탕, 갤러리 라파예트와 같은 대형 백화점이 들어섰으며 화려한 극장들도 이때 선을 보였다.

이 제2제정 시기를 이끌어간 황제 나폴레옹 3세에 대해서는 그동안 유럽에서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큰아버지 나폴레옹(나폴레옹 1세)의 빛나는 영광을 본뜨고자 음모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고 어리석게도 비스마르크의 책략에 휘말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포로가 되는 바람에 실각했다는 이미지 정도가 전부다. 한마디로 ‘문제적 인물’이다.

그러나 19세기 프랑스에 대한 일본 최고 전문가인 저자는 “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인물의 매력”을 내버려두고는 제2제정기 프랑스의 눈부신 비약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책은 총 8장으로 이뤄져 있다. 두 번의 봉기와 투옥, 탈옥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까지 ‘음모가 루이’의 성향이 형성되는 시기를 제1장과 제2장에서 다루고 있다. 제3장에서는 대통령에 당선된 그가 황제에 오르고 제2제정을 열어젖히는 과정을 담았다.

제4장부터는 제2제정의 역사가 조명된다. 늦은 결혼, 생시몽주의,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 등이 조명되고 철도 부설을 둘러싼 이권 전쟁, 로스차일드 가문과 벌인 일대 금융 전쟁 등이 펼쳐지는 모습이 제5장에 걸쳐서 다뤄진다.

제6장에선 어쩌면 나폴레옹 3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 대개조’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오늘날의 파리는 사실상 여기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7장은 변화된 파리에서의 만국박람회 얘기가 등장한다. 그 같은 업적에도 왜 나폴레옹 3세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거의 말이 없고 글로 써서 남긴 것은 더욱 없는 스핑크스와 같은 인물, 수수께끼의 황제, 어떤 사람인지 가늠할 수 없는 괴제(怪帝)였다고 책은 설명한다.

저자는 책을 마치며 “제2제정이 없었다면 과연 프랑스가 근대국가의 대열에 설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역사가들 사이의 정설”이라며 “나폴레옹 3세야말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위대한 황제’”라고 결론짓는다. 560쪽, 2만8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