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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랴·장인철 커플

장인철(30) 씨와 카발렌카 올랴(여·25·벨라루스) 씨는 3년 전인 지난 2016년 처음 서로 알게 됐다. 두 사람 모두 필름카메라 사진을 찍고, 보는 게 취미다. 당시 올랴 씨는 한국 문화에 빠져 한참 한국어를 배우고 있던 터였다. 올랴 씨는 SNS 사진에 ‘#필름카메라’라는 해시태그도 영어가 아닌 한글로 달았다고 한다.

#필름카메라 해시태그를 연결고리로 인철 씨와 올랴 씨는 누가 먼저 팔로어 요청을 했는지도 모르게 ‘맞팔’하는 사이가 됐다. 다만 필름카메라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여러 팔로어 중 한 명일 뿐이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대화를 나눌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럴 만한 게 당시만 해도 인철 씨는 올랴 씨의 나라 벨라루스가 지도 위 어디에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당연히 서로 연인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때였다.

아이러니하게 ‘어차피 만나지 못할 딴 나라 사람’이라는 생각이 둘의 관계를 발전시켰다고 한다.

둘은 자연스럽게 어떤 카메라를 쓰는지를 두고 대화하게 됐다. 그러다 대화 주제가 “어떤 커피를 마시느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으냐” 등으로 확대됐다. 대화는 대부분 한국어로 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어차피 얼굴 한번 못 볼 사람’이란 생각에 주변 지인들보다 더 속 깊은 대화까지 나누게 됐다.

1년 반 넘게 두 사람은 랜선 친구로 지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찍은 사진을 선물하기도 했다. 둘의 표현을 빌리면, 둘이 주고받은 건 ‘사진’이 아니라 ‘머물렀던 장소와 시간, 그리고 시선’이었다.

각자 ‘내가 찍고, 네가 본다’는 주제로,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그 필름을 택배로 보내줬다. 그러다 둘은 서로의 사진에 반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둘은 헷갈렸다.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과 랜선으로만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서로 속앓이를 했다. ‘실물’이라고 해야 각자의 지문이 묻은 ‘필름통’을 택배로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지금 이 감정을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둘의 관계를 발전시킬 획기적인 사건이 생겼다.

“장난처럼, 또 진심처럼 올랴에게 ‘하트’ 이모티콘을 보냈어요. 올랴가 당황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하트 이모티콘을 왜 보내느냐?’고 묻더라고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너도 나한테 하트 하나 보내줘’라고 답했어요. 아마 랜선 친구가 아닌, 남녀 관계로 바뀐 게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하트 이모티콘 투척 사건(?) 이후 둘은 조금 더 과감하게 감정을 표현했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다는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가면을 벗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말한,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관계가 됐다. 정확히 언제부터 서로 팔로어가 됐는지 몰랐던 첫 만남처럼 둘은 랜선에서 연애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두 사람은 랜선 친구 1년 반, 랜선 연애로 반년 총 2년의 숙성기(?)를 거쳐 한국에서 처음 만났다. 첫 만남을 앞두고 랜선 연인을 실제로 만난다는 설렘과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공존했다. 결과적으로 둘은 서로 처음 마주한 순간 약속한 것처럼 뜨겁게 포옹하며 걱정을 털어버렸다.

“올랴가 연애를 시작하기 전 저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운명적인 느낌을 주는 사람을 기다려보고 있는데, 그게 어쩌면 너일 수도 있을 거 같다’고요. 시간이 지나면 선명해지는 사진 인화지처럼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올랴의 그때 그 말이 선명해지는 기분이에요. 이젠 ‘내가 찍고 네가 본다’가 아니라 ‘같이 찍고 같이 본다’는 주제로 서로의 사진에 들어가 있어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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