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8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오던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4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6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7년 만이다. 상품 수출입에 따른 상품수지와 여행 등 서비스수지, 배당·이자 지급까지 아우르는 경상수지의 적자는 들어오는 달러보다 빠져나간 달러가 더 많다는 의미다.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은 예외 없이 경상수지 적자에서 위기가 비롯됐다. 한국 역시 1997년 달러 부족으로 인해 참혹한 환란을 경험했다. 무역으로 국부를 늘려야 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숙명이고, 그래서 경상수지 흑자는 마지막 보루다. 국내 생산과 투자, 고용 등 경제 전반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이어서 경상수지 적자 충격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걱정스러운 건 문재인 정부의 안이하고 잘못된 인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31일 관계장관 회의에서 4월 경상수지의 적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이는 외국인 배당 지급이 4월에 지급되는 특이 요인이 작용한 일시적 현상으로, 연간 경상수지는 600억 달러 이상 흑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TV에 출연해 “한국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 하반기에는 경기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복사판이다. 이런 분석은 사실관계에서도 잘못됐다. 한은 발표를 보면 4월 배당소득 수지가 큰 폭의 적자(49억9000만 달러)를 기록한 건 사실이지만, 지난해 4월에는 이보다 많은 63억6000만 달러의 배당소득 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했었다. 결국 수출이 흔들리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전년 대비 41% 급감한 게 결정적 원인인 것이다.

홍 부총리 언급대로 5월이면 경상수지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수출도 수입도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인데다 흑자 폭도 줄어든다. 구조적 위기라는 의미다. 위기의 본질과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더 참혹한 위기를 자초한다. 현 경제팀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