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최근 행보는 국민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큼 이례적이다. 여야 정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와 공무원의 중립이 의심 받을 만한 일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집권세력은 선거에 임박할수록 그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책무가 더 무겁다.

이 대표가 장관들을 집단으로 불러 간담회를 갖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특정 현안을 놓고 공식적 당·정 회의를 갖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4일 사회분야 장관 4명과 오찬을 함께한 데 이어, 25일까지 18개 모든 부처 장관과 4개 조를 짜서 릴레이 오찬을 한다고 한다. 4일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주로 장관들이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와 추경에 포함된 해당 부서 예산의 시급성 등을 강조했다고 한다. 장관들은 분초를 다툴 정도로 바쁘고 할 일도 많다. 그런 장관들을 특별한 현안도 없이 식사 자리에 무더기로 모을 수 있는 것은 이 대표가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도 된다. 대통령이나 총리도 그렇게 하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장관 ‘줄세우기’와 공무원 ‘군기잡기’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관권(官權)선거 획책이라는 야당의 시비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양 원장은 4일 서울시장·경기도지사를 잇달아 만난 데 이어 부산시장·경남도지사와도 회동할 계획이다. 양 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비공개 회동으로도 관권선거 우려를 낳았는데, 자숙은커녕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여당 연구소의 협약도 적절하지 않다.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2항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 자유한국당의 산불 대책회의에 정부 6개 부처 차관이 전원 불참한 것과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선관위 상임위원은 문재인 후보 선거 캠프 특보로 이름이 올랐던 인물이다. 선거 ‘심판’의 공정성 시비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