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 세계 희토류의 90%가량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 희토류를 대미 압박카드로 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일본과 갈등하던 2010년 10월, 중국 장쑤(江蘇)성 롄윈(連雲)항에서 희토류가 함유된 모래가 수출용 선박에 선적되는 장면. 자료사진

반도체·전기차·미사일 생산에 필수… 中, 세계 생산량 90% 점유
美 수입량 80% 중국産… 시진핑, ‘관세폭탄 맞불카드’로 만지작

中·印·브라질 등 6國에만 매장
美 최근 자체 비축하고 있지만
中의존도 탈피하려면 2년 걸려

中, 과거에도 수출통제 내세워
2010년 센카쿠 갈등때 日 압박
수출 쿼터로 WTO 패소 판결도

일각 “中 보복이 실현되더라도
기술 생산국 아닌 美타격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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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로 시작된 무역갈등이 사활을 건 ‘전쟁’ 양상으로 치달으며 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화웨이 제품을 배척하는 등 미국의 강도 높은 무역제재에 대응해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Elements)’ 수출 통제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요 첨단기기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희토류를 무역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 중단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중국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등 6개국에 집중 매장, 환경문제로 정련 꺼리기도=희토류는 주기율표상 스칸듐(Scandium·Sc·원자번호 21), 이트륨(Yttrium·Y·번호 39)과 원자번호 57인 란타늄(La)에서 71인 루테튬(Lu)까지의 란탄계열 원소 15개를 더한 17가지 원소를 일컫는다. 희토류는 1787년 스웨덴 육군 소위가 장석 광산에서 흑색 광물(현재 가돌리나이트)을 캐면서 발견했다. 이후 1794년 핀란드 화학자인 요한 가돌린은 이 광물에서 이트륨 산화물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1980년대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모나자이트에서 희토류 원소를 추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희토류 광상(鑛床)은 중국, 미국, 인도, 호주, 구소련, 브라질의 6개 국가에 집중돼 있다.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국은 중국이다. 중국의 매장량은 4400만t 희토류 산화물(REO·금속의 품위를 뜻하는 단위개념)로, 세계 총 매장량의 37%를 차지한다. 중국 희토류협회는 중국의 미확인 매장 및 부존량이 최대 1억t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총 생산의 80~90%를 점유하고 있는데,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백운광산은 세계 최대 희토류 광물 공급처로 중국 총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희토류 생산은 ‘채광→선광→벌크(Bulk) 침출→개별 침출(분리정제)’의 단계별 처리 과정을 거친다. 다만 원광석 특성에 따라 침출 및 개별 침출 처리 방법은 서로 다르다. 희토류 원석에는 다양한 원소가 소량으로 분포돼 있다. 이를 정련하려면 원석을 깬 다음 액체로 녹이고 다시 원소끼리 모아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여러 나라가 정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희토류 매장량이 적고 원소 함유 농도 등의 문제가 있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사업화를 하지 않았다. 특히 희토류 정련 과정에서 염산, 황산 등이 부산물로 나오는 등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 선진국들은 희토류 정련을 꺼리고 있다.

◇열전도 우수한 화학성질… 첨단산업 필수소재=희토류 원소 금속들은 보통 연하고 열을 잘 전도하는 양도체다. 특히 온도 상승 시 반응이 활발히 일어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화학적 성질 때문에 희토류는 첨단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원료로 자리 잡았다. 희토류 없이는 휴대전화, 반도체, 전기차 등은 물론 미사일, 레이더 등 군사무기도 만들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 농업, 의료 분야에서도 희토류는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희토류의 80%가 중국산이란 점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설 ‘무기’로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가 충분히 통할 수도 있음을 뒷받침한다. 미국은 최근 자체 희토류를 비축하고 있지만, 중국산을 쓰지 않고는 감내하기 어려운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희토류 소재를 조달해 사용하려면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희토류 외에 천연흑연, 합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안티몬 등 주요 광물 제품을 관세 부과에서 제외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과거 희토류를 내세워 다른 나라를 압박한 적이 있다. 중국은 일본과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2010년 9월 센카쿠 열도 부근에서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은 혐의로 중국 선박의 선장이 구속되며 갈등이 고조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대일 관광 금지와 함께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중국 조치에 버티지 못하고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며 무릎을 꿇었다.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이 무역분쟁에서 언제든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무기화’ 시 미국 타격 vs 실제 활용 가능성 작아=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꾸준히 내비쳐왔다. 희토류가 무기화되면 첨단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달 27일 공개한 문답록을 통해 ‘희토류가 미국의 부적절한 억압에 대응하는 무기가 될까?’란 질문에 “누군가가 (중국의) 희토류로 만든 제품을 사용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 한다면 모든 중국 국민은 행복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놓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중국이 미국의 무역제재에 대한 보복카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이러한 NDRC의 거론 시점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20일 대(對)미 무역협상 책임자인 류허(劉鶴) 부총리와 장시(江西)성의 희토류 관련 기업을 시찰한 이후라는 점도 무기화 가능성을 예측하게 하는 이유다. 같은 달 28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영문 트위터에 “중국은 미국에의 희토류 수출 제한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실현될 경우 전체 희토류 사용량의 80%를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에 관련 부품을 수출하는 한국도 비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로 희토류 카드가 사용될 가능성은 불투명하고, 무기화로 전환된다 해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10여 년 전에 희토류 수출 쿼터를 부여했다가 2015년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규정 위반 판결을 받은 후 폐지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올해 상반기 중국의 희토류 생산 할당량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수출을 줄이려면 할당량을 줄여야 하는 만큼 희토류 카드가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포천은 중국이 최근 희토류 제재를 시사한 만큼 6월 결과를 다시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희토류 보복이 실현된다 해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경제채널 CNBC 방송은 투자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첨단기술 제품의 주요 생산국이 아니어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더라도 타격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도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축소하면 단가 인상으로 다른 국가의 생산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정민·이용권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