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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부양을 누가 하느냐’는 물음에 ‘가족’이라 답한 비율이 2002년에 70.7%였지만, 지난해에는 ‘사회’라는 응답이 54.0%였다는 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가 이번 주 있었습니다. ‘가족’은 26.7%로 줄었고, ‘장남’이란 응답은 1.3%에 불과했습니다. ‘가족이 날 책임져 주겠지’ 하는 기대는 이제 언감생심인 시대입니다.

가족사회학과 복지사회학 전공자인 일본 마쓰야마대 가스가 기스요 교수의 책 ‘백 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아고라)를 보면, 일본은 2017년에 여성 두 명 중 한 명, 남성 네 명 중 한 명이 아흔 살까지 사는 시대가 됐습니다. 90세 이상 인구는 같은 해 206만 명이었고,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90세 이상이 되는 2040년에는 53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나라에 돈이 많아 노인에 대한 사회 부양 제도가 비교적 탄탄했던 일본조차 고령화를 감당하지 못해 ‘가족 부양’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지만, 잘 될지 의문입니다. 동병상련을 넘어서는 걱정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일본보다 스피드가 더 높다는 겁니다.

고령화사회를 한발 앞서 경험하고 있는 일본에서 배울 점은 많습니다. 저자는 100세까지 살 ‘각오’를 하고 건강할 때 스스로 준비하라고 조언합니다. 여기에서 ‘각오’는 당연히 축복보다 ‘험난함’을 상징합니다. 초고령기를 혼자 보내거나 노부부 둘이서 살아가는 상황에 미리 대처하라는 겁니다. 쓸쓸한 얘기지만, 일본이나 한국의 독거노인 비율 증가 폭을 보면 현실적인 대책입니다. 건강할 때부터 자녀와의 관계형성, 이웃과의 교류방법 등을 터득해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라고 권합니다. 시설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면 그에 관한 정보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의 통계도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로, 대개가 인생의 마지막 17.5년은 건강을 잃은 채 살게 됩니다.

책은 저자가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 초고령 노인들의 다양한 사례로 채워져 있어 설득력을 더합니다. 그중 ‘건강보다 기력이 중요하다’는 조언은 고개를 끄떡이게 합니다.

예컨대 저자가 만난 노인 중에는 ‘의료적 건강’ 기준으로 볼 때 좋게 평가할 수 없지만, 막상 밭일을 하는 등 노동을 할 때는 힘깨나 쓰는 노인들이 적지 않더라는 거지요. 여러 노인을 만난 후 결론은 ‘자기가 할 일을 찾아 하나 하나 완수해 나가는 노인들’이 기력이 좋았다는 겁니다. 새겨들을 만하지요.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