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제1 야당을 격하게 비판함으로써 정국이 통제 불능의 대치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문 대통령의 잇단 발언은 ‘좌파 독재’ ‘패스트트랙 철회’ 등의 공세에 맞대응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당 당원이긴 하지만, 그에 앞서 국가 최고 공무원이다. 따라서 정당 행사 아닌 국무회의나 국가 기념식 등에서 심각한 정치 편향적 발언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자칫 위헌(違憲) 소지도 안게 된다.

이미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9일 한국당의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에 참석 예정이던 정부 당국자들과 한국전력 담당자가 전원 불참한 것은 매우 상징적 사태다. 전날까지도 참석하겠다던 6개 부처 차관들이 불참했고, 한전 부사장은 회의 5분 전에 “지금 여의도에 있지만 그렇게 결정됐다”고 해명하며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야당 행사에는 오히려 정부 측이 먼저 찾아가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는 것이 정상이고, 실제로 그렇게 해 왔다. 그런데 ‘집단 보이콧’이라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조직적 모의나 지시 등이 있었는지 규명해야겠지만, 대통령이 야당을 비판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도, 차관도 모두 국가 공무원이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뒤이어 공무원의 신분 보장을 규정한 것도 집권세력을 떠나 국정을 수행하라는 명령이다. 정쟁에 뛰어들거나 한 편을 들면 그 자체로 위헌이고 불법이 된다. 문 대통령도 야당을 찾아가 설명하라고 지시했고, 정국을 풀기 위해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조속한 재개와 대표회담도 제의한 바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 앞서 5·18 기념식에서는 “독재자의 후예”, 지난 1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낡은 이념 잣대” 등의 표현으로 한국당을 직접 겨냥했다.

이런 대응은 역풍을 부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30일 “최악의 비상식 정권” “대통령 스스로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 등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런 현상은 국정 효율을 떨어뜨려 결국 정부에 부메랑이 된다. 차분하게 성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