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賞 안가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청소부 ‘한영남’, 우리 할머니♡

평소 부끄러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좀 풀어 써보려고 해.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사이가 틀어져 버린 우리 엄마, 아빠를 대신해 부족하지 않은 사랑을 줘서 고마워. 술을 좋아하셨던 할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화를 내실 때면 할머니는 아직 말도 서툰 나를 허둥지둥 업고 마을을 걸어 나섰잖아. 어릴 적엔 그저 할머니와 산책하는 게 좋아 방글방글 웃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등이 얼마나 따스했는지 아직도 맞닿았던 배에 온기가 남아 있어.

아무도 없는 빈집에 나 홀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던 할머니는 나를 매일 할머니가 일하는 병원으로 데려갔잖아.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부터 제법 능숙하게 말할 때까지 출근하는 날이면 날마다 내 작은 두 손을 잡아 병원을 함께 갔었지. 할머니가 근무 중에는 청소카트를 끌고 다녔잖아. 그중에서도, 대걸레 짜는 노란색 통을 앞에 실어서 내가 그 통 속에 쏙! 들어가 할머니와 하루를 함께 보냈지. 작은 화장실에 들어가 쭈그리고 손걸레를 박박 헹구던 뒷모습이, 쉴 틈 없는 걸레질로 뚝뚝 떨어지던 땀방울이, 병원 밥에 나왔던 고기를 나에게 먹이던 모습이 나에겐 행복했지만 너무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어.

그렇게 어렸던 내가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야. 말로는 매일 징그럽다고 저리 가라고 하지만 가끔 같이 방에서 자자고 하는 할머니를 볼 때면 어릴 적 기억들이 겹쳐 울컥해. 남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 다 허약해졌다고 말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우리 할머니 한영남은 세상에서 제일 든든하고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천하장사인 아름다운 청소부야. 청소부라는 직업은 누군가의 속을 편하게 해주기도 하고 누군가의 손을 깨끗하게 닦아 질병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게 해주는 병원 의사 뒤에 서 있는 진정한 의사라고 생각해. 할머니는 어두운 내 현실에서 유일하게 빛나던 달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할머니, 요즘 한글 배우잖아. 그러니까 혹시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삐뚤삐뚤 서툰 그 글씨로 사랑 가득 담아 답장을 보내줘.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