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윤기, 만국축제, 208×93㎝, 한지에 먹과 채색, 2018

어느 민족이든 흥과 신명 나는 축제를 통해 저마다의 율동과 가락들을 뽐내고 있으며, 공동체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유대감과 동질성을 돈독히 한다. 특히 민속은 원시로부터 전해오는 ‘생명의 약동’이라 할 에너지가 충만해, 예술가들에게 상상 이상의 영감과 모티브를 준다. 한국화가 한윤기는 바로 이러한 민속에 내재한 에너지를 화폭에 담아내는 데 몰입해 있다.

여러 나라 민예와 풍속을 탐구하는 데 바쳐 온 작가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화폭에 담겨 있다. 특히 문명과 단절된 격오지의 부족들을 찾아다닌 여정들이 어김없이 화폭으로 남겨진다. 부족 공동체 삶의 원천이 되는 신화와 원시적 에너지의 실체들을 개성과 유머가 넘치는 필치와 색채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오랜 여행들을 정리한 에필로그 화면이 흥미롭다. 자신이 밟은 이국땅에서 본 만국의 시민들이 우리의 축제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상상으로 구성한 것이다. 주체와 객체를 전도시킨 발상이 기발하다. 어쩌나. 활달하고 익살맞은 필치와 감각적인 색채가 곁들여진 율동의 화면에 참기 힘든 어깨춤.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