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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顔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유안회자호학 불천노 불이과)

안회라는 자가 배우기를 좋아해 노여움을 옮기지 않고 허물을 두 번 범하지 않았습니다.

‘논어’ 옹야(雍也) 편에 나오는 구절로, 노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제자 가운데 누가 배우기를 좋아하는지 물었을 때 공자가 답한 것이다. 이어 공자는 안회가 죽은 뒤에는 아직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공자의 수제자였던 안회의 높은 수양의 경지를 잘 보여주는 구절이다. 여기서 허물을 다시 범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해하기 쉽지만, 노여움을 옮기지 않는다는 말은 설명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짓을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주변에 보면 강자에게서 받은 분노와 스트레스를 약자에게 푸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가정폭력이 그렇다. 좀 더 깊게는 내면의 분노를 외부의 대상에 옮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대상 자체에 문제가 있어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객관적이고 정당한 노여움이다. 그런데 자신의 주관적인 분노를 외부의 대상에 옮기는 경우도 많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까지 밉다는 속담이 이를 잘 말해준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분노는 정당하고 객관적이라 생각하지만, 대개의 경우 주관적 분노가 뒤섞여 있다. 내면의 성찰이 깊어질 때 우리는 주관적 분노를 걷어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안회의 수양이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분노지수가 너무 높다. 그 속에는 객관적인 현실문제에 대한 정당한 분노도 있지만, 자신들의 주관적 불만이 투사돼 생긴 거품 분노도 많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거품 분노를 부추기는 정치인이 많아 우려스럽다. 그런 식의 거품 분노는 사회적 문제들을 개선하기는커녕 우리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든다.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