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넘어 ACES 규제 대비도 급하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종훈 前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美 우선주의로 국제질서 급변
車산업에 무역법 232조 협상
예외 시사 받아도 낙관은 금물

철강式 70% 쿼터 되풀이 말고
‘미래 모빌리티’ 장벽에도 대비
업계와 정부 긴밀한 협력 절실

미국 우선주의는 국제질서에 많은 변화를 예고했다. 국제 통상 분야에서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로 이어지는 규범을 바탕으로 한 다자주의 방식은 나날이 빛이 바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국익을 챙기는 보다 유익한 방법으로 ‘1 대 1’ 협상을 통한 양자 합의 쪽을 택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미 국내법을 근거로 무역 제한적 조치를 한다. 대표적인 것이 1974년 무역법 제301조와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다. 특히, 후자는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고관세 부과 등 수입제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지난해에 미국으로 철강을 수출하는 많은 나라가 25%의 고관세를 맞았다.

우리나라는 고관세는 피하는 대신 과거 수출 실적의 70%를 넘지 못하도록 한 쿼터를 기한 없이 수용했고, 또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도 상당한 양보를 했다. 많은 나라가 미국의 일방주의를 매우 불편해하지만, 막상 힘을 합쳐서 미국을 견제해 보자는 움직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주말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제232조 조사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발표됐다. 결정 내용은 ① 수입 자동차 및 부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며, ②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연합(EU) 및 일본 등과 향후 180일 기한으로 협상을 하겠으며, ③ 한국·캐나다·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FTA)이 개정된 것을 고려했다는 것으로, 우리 입장에서 크게 나쁘진 않으나 말끔히 끝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뜯어보면 캐나다·멕시코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해, 제232조 조치(고관세 부과)가 발동되더라도 대폭 강화된 원산지 기준을 충족시키는 한 각각 260만 대(과거 수출의 약 170%에 해당)를 무관세로 미국에 들여올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형식은 쿼터를 씌워 놓은 것이지만 사실상 수입제한 조치를 면제해 준 것이다. 일본과 EU(특히 독일)는 자동차와 부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도 하지만 수출도 많고, 미국의 무역적자도 중국 다음으로 큰 상황이어서, 지난해 10월 미 무역대표부에서 이 두 나라와 무역협상을 하겠다고 미 의회에 통보한 경위가 있어서 협상은 불가피하다.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무역 문제를 내세운 심각한 패권 다툼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일본과 EU는 미국의 주요한 동맹이자 지원 세력이며, 또한 철강의 경우와는 달리 자동차에 대한 고관세 부과는 미국 자동차 업계도 강한 반대를 표명하고 있어 고관세 부과는 답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232조라는 칼을 뽑아 든 이상 유야무야 끝낼 것 같지도 않다. 내년 대선을 앞둔 그로서는 치적을 쌓아야 할 절박함도 있다. 오는 11월쯤 있을 결말을 예상하긴 쉽지 않으나 하나의 가능성은 있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했듯이 각국에 대미 자동차 수출 쿼터 설정을 시도하는 것이다. 일본과 EU는 이런 가능성에도 이미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쿼터의 상한을 두고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지난해 철강에 대한 70% 쿼터 같은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차별화된 주장으로 미 측을 설득해야 한다. 즉, 캐나다·멕시코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두고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과, 일본·독일과도 달리 미국과 FTA를 시행하고 있음은 물론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한·미 간 무역수지도 균형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사실, 미국은 자동차 자체보다는 대규모 무역적자를 더 문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ACES(자율·연결·전기·공유)로 불리는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규제 가능성이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및 부품은 이미 국가 간 협업과 분업이 얽혀 있어 국경 규제의 가닥을 잡기 쉽지 않지만, 앞으로 대두될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에 대해서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처음부터 확실히 시장을 보호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굳이 미 측의 제232조 발동을 떠나서도 지금 세계 자동차 시장은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업계의 민첩한 대응과 산업 경쟁력을 지원하는 정부의 의지·전략이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문화일보

문화일보

車 넘어 ACES 규제 대비도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