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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간 1군’ 맛보고 2군行… 퓨처스리그 타격 1위 키움 김은성
연습생 입단 뒤 방출… 제대후 테스트 거쳐 재입단
작년 부모 권유로 ‘김수산’서 ‘은성’으로 개명도
짧은 1군 무대 2차례 대타 볼넷·땅볼아웃 ‘흔적’
“1군 생활 좋았다… 운동 즐기다 보면 기회 올 것”
1군 생활은 단 5일뿐이었다.
키움의 내야수 김은성(26·사진)은 지난 15일 생애 처음으로 프로야구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활짝 웃었다. 김은성은 “(1군 무대가) 너무 좋다”면서 “1군으로 올라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부모님께 알려드렸는데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20일 1군에서 말소됐다. 5일간 김은성은 2경기에 출장, ‘흔적’을 남겼다. 17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8회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볼넷을 골라 생애 처음으로 1군 무대 1루를 밟았다. 18일 역시 롯데와의 게임에서 6회 대타로 출전, 내야땅볼로 아웃됐다. 그리고 다시 짐을 싸 2군으로 내려왔다. 그동안의 설움을 날리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었지만, 김은성에겐 좋은 경험. 그리고 다시 ‘호출’될 때를 위해, 언제든지 1군에 합류하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은성의 1군 도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김은성은 전주고와 원광대를 졸업했고 2015년 육성선수, 그러니까 연습생으로 당시 넥센(키움)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2016시즌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그해 10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경찰청, 상무가 아닌 포병부대에서 현역 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2년 가까이 공과 배트를 만지지 못했다. 이쯤 되면 포기할 법도 하건만, 김은성은 다시 야구장을 찾았다. 전역한 뒤 키움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아 천신만고 끝에 프로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마지막 기회. 김은성은 또다시 쫓겨나면 야구를 그만두겠다면서 각오를 다졌고,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지난해 12월엔 김수산이란 이름을 버리고 은성으로 개명했다.
김은성은 “이름이 나와 안 맞는다는 말도 있고, 내 자신이 약해 보이는 이름 같아 바꾸기로 했다”면서 “작명소에서 은우와 은성이라는 2개의 이름을 받았는데, 부모님께서 은성을 선택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비록 2군, 퓨처스리그지만 김수산이 아닌 김은성은 펄펄 날았다. 타율 0.381(105타수 40안타)로 퓨처스리그 1위. 출루율(0.468)과 최다안타(40개) 역시 1위이며 타점(26점)과 장타율(0.533)은 2위다. 지난 4월 7일 고양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선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했다. 당시 김은성은 1회 우중간 안타, 3회 중견수 방면 2루타, 5회 중전 안타, 7회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 그리고 9회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5안타를 날렸고, 퓨처스리그 역대 28번째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이 됐다. 김은성은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김은성은 “지금까지 야구 하면서 홈런을 치겠다고 마음먹은 건 그날 9회 마지막 타석이 처음이었다”면서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홈런이) 나와 야구는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은성은 처음으로 1군의 부름을 받았지만, 여전히 1군의 벽은 높다. 김은성의 포지션은 2루수. 하지만 현재 키움 2루수로 2014년 MVP(최우수선수) 출신 서건창이 버티고 있다. 또 성장 가능성이 큰 김혜성이 백업이다. 물론 김은성은 포기하지 않는다. 김은성은 “내야수이니 무엇보다 수비를 잘해야 한다”면서 “성실하게, 한눈팔지 않고 운동하다 보면 기회는 생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은성은 “누구나 프로에 입단하면 슈퍼스타, 간판스타를 꿈꾼다”면서 “그러나 선수마다 특징이 있고 또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난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은성은 연습생 입단, 현역 군 복무, 입단 테스트 등을 거쳤다. 야구팬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거친 셈. 끈기와 투지는 그래서 인정받고 있다. 김은성은 “항상 벼랑 끝에 있었기에 간절했는데, 간절함이 되레 독이 됐던 것 같다”면서 “눈치 안 보고 야구를 즐기는 요령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김은성은 “운동 자체를 즐기다 보니 야구가 새롭게 느껴지고, 2군 성적은 더 좋아졌다”면서 “(1군 승격의)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고 믿고, 오늘도 (2군이지만) 야구를 즐기겠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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