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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 크루아제트 거리에 위치한 칸국제영화제 본부 건물 ‘팔레 드 페스티벌’은 대표 상영관인 뤼미에르극장 등 몇 개의 상영 공간과 프레스룸, 기자회견 장 등 기자들을 위한 공간, 그리고 영화를 사고파는 필름마켓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건물 옆 바닷가에는 각 국가 영화기관의 부스가 입주한 텐트 모양의 빌리지인터내셔널이 들어서 있습니다.

150여 개국이 입주해있는 빌리지인터내셔널에는 각 국가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어서 마치 올림픽 경기장에 온 느낌이 듭니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사진)는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상징하듯 ‘마르셰 뒤 필름’으로 불리는 마켓 정문 바로 앞 ‘노른자’ 공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다 전망이 좋아 지나가던 외국 영화인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나타냅니다.

이 부스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로는 처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2000년에 세워졌습니다. 칸영화제 측이 영진위에 빌리지인터내셔널 도면과 함께 건립 계획을 알려왔고 당시 영진위 위원이던 김홍준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예술감독과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등이 ‘명당’을 알아보고 이 자리를 선점했습니다. 김 감독은 “1997년에 칸영화제에 처음 가보니 한국 부스가 팔레 드 페스티벌 지하 1층 구석에 책상 하나 달랑 놓고 차려져 있어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에로영화 포스터가 몇 개 붙어있었고, 직원도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아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 기회에 한국도 칸에서 번듯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풍수지리상으로도 좋을 것 같은 최고의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며 “요즘 칸영화제에 갈 때마다 한국 부스에 들어서면 뿌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10년 만에 빌리지인터내셔널에 다시 둥지를 틀었습니다. 일본 영화관계자에게 들으니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올해도 일본영화가 당연히 경쟁부문에 초청될 것으로 예상하고 부스를 차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과 가와미 나오세 감독 등 ‘칸 패밀리’에 이름을 올린 일본 대표 감독들의 작품이 모두 탈락했고, 일본 부스는 맥빠진 분위기로 파리만 날리고 있습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