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년간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 것과 달리 한국경제는 암울한 지표로 가득하다. 1분기 -0.3% 역성장, 설비투자 10.8% 급감, 청년 체감실업률 25.2%, 수출 6개월째 감소 등은 외환위기 전야를 떠올리게 한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것도 심상찮다. 1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은 1년 새 37%나 추락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고용 사정은 나빠지고, 경제 기초체력마저 자신할 수 없는 형국이다.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증세(增稅)론은 귀를 의심케 한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20일 인터뷰에서 법인세 최고세율(25%) 구간을 ‘3000억 원 초과’에서 ‘500억 원 초과’로 넓히고, 고소득자 소득세율도 높일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재정 적자 문제로 정부 내에서 ‘세정(稅政)개혁’이 거론되는 데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간과하기 어렵다.

법인세율은 한 나라의 기업정책을 압축한다.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35%에서 21%로 파격 인하한 후 성장·고용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도 34%에서 20%대 초반까지 낮췄다. 스위스는 유럽연합(EU)의 인상 압박에도 19일 국민투표를 통해 21.1% 세율을 지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4개국이 최근 5년 새 법인세율을 내렸지만, 문 정부는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역주행으로 OECD에서 7번째로 높은 나라가 됐다. 높은 인건비와 갈라파고스 규제에 세금마저 높으니 지난해 55조 원의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여기에 최고 65%의 살인적 상속세율이 승계 포기나 해외 탈출 중 선택을 강요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일 OECD 평균인 26%대로 인하해줄 것을 요구한 배경이다.

확장 재정에 몰두한 문 정부가 세수 확대를 위해 기업 증세 유혹에 빠질 수 있지만, 혈세를 펑펑 쓰는 습관부터 버리는 게 우선이다. 1분기 성장률은 OECD 국가 중 꼴찌였다. 한국경제가 벼랑 끝에 몰린 마당에 증세로 기업의 탈(脫)한국을 재촉하면 경제의 유일 출구마저 막히면서 경제 위기를 더 키울 것이다. 문 정부가 갈 길은 증세 아닌 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