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안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웨스트 론에서 열린 ‘제38차 국가안보를 위해 순직한 공직자 추모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北비핵화·韓美동맹이 의제”
‘韓패싱 논란’ 잠재우기 시도

韓 남북관계 개선 우선하는 한
‘제재’ 美와 간극 좁히기 어려워
文 ‘굿이너프딜’ 설득하겠지만
교착지속·무성과 회담 우려도

靑, 예고없이 새벽발표 이례적
일각선 “사전협의 부족”시각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11 한·미 정상회담’ 이후 80여 일 만에 열리는 6월 말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더욱 꼬인 북한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8번째인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협상을 둘러싼 미·일 대 북·중·러 구도에서 소외되고 있는 ‘코리아 패싱’ 논란을 잠재우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도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한국이 현재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 추진하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대북제재 유지 입장의 미국과의 간극을 쉽게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미의 6월 정상회담 발표에서도 ‘시간차’와 ‘온도차’가 감지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한·미 양국은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일하는 것을 계기로 한국을 찾는다고 발표하면서 북한 비핵화와 한·미 동맹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경색 국면의 북핵 협상 타개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통해 ‘굿 이너프 딜’ 성사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 내에서는 6월 정상회담 성사로 그간 일각에서 제기된 ‘코리아 패싱’ 논란이 어느 정도 차단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9일 북한 미사일 도발 이후 문 대통령보다 하루 먼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회담을 하는 등 미·일 관계에 비해 한·미 동맹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방한 요구를 수용한 만큼 이 같은 우려가 불식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회담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2·28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이기도 했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싼 미·북 간 입장 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비핵화를 둘러싼 정국이 경색된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또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인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하고, 이에 북한이 14일 ‘날강도적인 행위’라는 수위 높은 언사를 써가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간에도 대북제재 문제나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한 입장 차가 적지 않은 만큼, ‘코리아 패싱’ 논란은 언제든 다시 떠오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남북 대화 재개 및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미 정상회담도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주류다. 연일 남측을 비난하고 있는 북한에 여전히 ‘공’이 넘어가 있는 상태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미의 정상회담 결정 과정과 발표에서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사전 예고도 없이 새벽 시간인 이날 오전 5시 정상회담 확정 사실을 발표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반면 미국 백악관은 이보다 한 시간 전인 오전 4시 전후에 자료를 발표하는 ‘시간차’를 놓고 한·미 간 발표 시점이나 내용에 대해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간에 서로 협의를 하고, 서로 편의를 봐서 발표 시점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